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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41. ‘뜻밖의 한국(Fantastic Korea)’, 유건재

by 세자책봉 202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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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한국(Fantasy Korea)', 유건재 저, 2022, 21세기북스

최초 작성일 2022.06.01

2022. 06. 01. 맑은 날씨와 잘 어울리는 책, 책 보다 논문이 어울리는 통쾌한 분석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
지금까지 모순의 측면에서 한국인의 특징을 분석하고 기업 경영과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래에는 기업 경영은 물론이고 핵심 상품이나 서비스에서도 한국 문화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K-팝' 'K-무비' 'K-푸드' 등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주목받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심은 문화다. 기업 문화나 문화 산업이라는 개념이 일상화된 것처럼 이제 문화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됐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문화의 힘을 간파했다. <백범일지>는 영화만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긴 간결하고 선명한 메시지로 놀라움을 주는 책이다. 그 안에는 한국의 정신적 방향에 대한 김구 선생의 철학이 담겨 있다.
- '뜻밖의 한국' 에필로그 中,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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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하루하루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부서를 옮겼다. 이제 막 입사한 지 만 4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업무적으로도 그렇지만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본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본사에 와보니 사업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조금 경직되어 있었다. 아마 높은 직급의 경영진을 많이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본사는 약간 검증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업무적으로 저마다 추진 능력이 있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책임감도 강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월급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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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생활을 하다 보니 이곳 사람들의 성향에서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이들이 개인주의 성향을 갖고 있음에도 단체 생활을 즐겨한다는 것이다. 단체 생활을 무조건적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우리 부서는 자주 회식을 한다. 사업 개발 부서의 특성상 업무적으로 회식이 많은 탓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회식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대개 회식에 참여하는 편이다. 도대체 이상하다. 분명 나와 개인적으로 대화할 때는 회식하는 것도 힘들고, 회식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아했는데 말이다. 물론, 사회생활이라는 것에서 눈치를 보는 것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전체적인 맥락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부서는 분위기가 좋은 편으로 절대 회식 강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본인이 하기 싫으면 회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무엇하러 마음에 들지도 않는 회식 자리에 참석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상하다. 이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지만 단체생활에 대한 무언가 분명한 인식이 있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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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람들의 두 번째 이상한 점은 이들이 업무를 꽤나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주인 없는 회사다. 경영진은 2년마다 교체되고, 정부의 정책에 따른 업무 변동성이 심한 편이다. 주요 업무의 대부분이 경영진의 의사결정 방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실정에서, 잦은 경영진 교체와 업무 변동은 업무 추진에 큰 걸림돌인 셈이다. 또한 우리 회사는 마음먹고 업무를 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되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잘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폭발적인 명분을 제공하는 탓에, 업무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그것과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한다. 업무를 추진하기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시대적인 흐름이나 회사 내 분위기를 다 알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맡은 일에 역할을 다 하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의 직원으로서 최선의 미덕이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이들의 책임감과 자율성을 보고 있자면 경외심이 들 정도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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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에 와서 느낀 이상한 점 세 번째는, 이들이 업무도 그렇지만 자기 계발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가끔 주변 사람들을 알아가다 보면 이 사람들이 퇴근 후에 공부만 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한국인은 학점이 4.3이지만 4.5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기사 자격증이 여섯 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서른세 살인데도 불구하고 기술사 자격증이 두 개나 있다. 우리 부서와 정 반대편에 있는 다른 부서 사람 중 한 명은 퇴사해도 될 정도로 투자를 잘하고 투자 관련 자격증도 있다. 또 누군가는 주말 대학원을 다닌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미쳤다. 완벽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개개인들 모두가 자신만의 완벽한 삶을 살기 위해 자기 계발에 힘쓰고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고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당히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회사에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안정을 추구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모습은 정말 미쳤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이곳 사람들은 이상하다. 이 사람들의 인생에 휴식 이란 게 있긴 있을까? 아마 쉴 때도 완벽하게 쉬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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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성향을 갖고 있을까?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자 이 책 <뜻밖의 한국>의 저자인 유건재 작가는 한국인의 이러한 성향을 모순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집단 안에서 강한 주체성을 지닌 모순,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모순, 빨리빨리 속 은근과 끈기의 모순, 다양성을 받아들여 융합해내는 모순. 저자의 분석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와 문화, MZ세대를 아우르고 있으며 한국인의 성향을 상당히 잘 표현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경외감이 들 정도로 이상한 성향을 갖고 있던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전형적인 한국인의 성향에 속했다. 그들의 성향은 모순적이었고, 그렇기에 조금은 이상한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들에 대한 나의 이해가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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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인이 가진 모순은 2000년대 이후 폭발적인 힘을 과시했다. 대한민국의 문화 즉 KPOP으로 대표되는 K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래된 고사성어 중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표현이 있다. 해석하면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은 우리 문화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드높은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이제야 조금 빛을 보게 되었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도 극복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렇기에 한국인으로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뜻밖의 한국>은 우리의 성향과 정체성을 다시 한번 재정립하게 만들어준다. 앞으로 맞닥뜨릴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할 때, 우리는 우리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짧은 글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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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 활용된 책 '뜻밖의 한국'은 21세기북스로부터 제공받았다는 것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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