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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10

당신이 이 글을 읽은 시간 '1초'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세상에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우리가 술자리에서 이리도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인가 싶은 마음도 잠시. 나는 전두엽과 대뇌를 거치지 않은 대답들을 마구 뱉어내기 시작했다. 생명의 탄생, 천둥과 번개, 죽음, 교통사고, 살인사건, 강풍, 찰나의 눈빛 교환, 무언의 압박, 주가의 상승과 하락, 주위의 온도 변화, 숨 들이마시기, 몸 안의 수많은 세포들의 산소 결합, 위스키의 증발, 물고기가 낚싯대의 미끼를 무는 순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아무런 글쓰기, 다리 꼬기(해보니까 1초면 되긴 되더라), 충전기에 꽂혀있는 태블릿으로 음전하들이 이동하는 시간, 탈취제 한 번 뿌리기, 에어컨 온도 조절하기, 핸드폰 지문인식 하기, 마지막으.. 2022. 4. 8.
내가 도둑맞은 물건 . 참 애플만큼 애증관계에 있는 브랜드도 없다.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6월 어느 날의 일이다. 나는 얼리어답터를 표방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꽤나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섭렵해오고 있었다. 당시 유명했던 브랜드로는 한때 전자사전으로 유명했으나 유행이나 기술이 점점 뒤떨어지고 있던 샤프, 대표작인 미키마우스 MP3를 비롯해 전자사전과 MP4로 이름을 날리던 아이리버,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했던 PMP 끝판왕 코원 등이 있다. 아, 무언가 빼먹은 게 있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 이 시절 오늘날 십만전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삼성의 브랜드인 옙(YEPP)에서 만든 MP4를 뛰어넘어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목을 끌던 .. 2022. 3. 27.
진정한 나를 찾아서(Find My True Self) . 성격이 괴팍한 곳에 있던 지난 3년을 되돌아본다. 그곳은 인간이 현현한 이 세상엔 스스로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새로운 일들로 가득했다. 충만했던 존재의 이유가 어느덧 불완전함에 침식당해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었던 하루를 보내기를 반복. 그곳은 저녁에도,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울리던 휴대전화를 손으로 쪼개버리고 싶을 만큼 인간에 대한 존중과 권위는 각자의 이기심에 의해 잊힌 섬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의 권위 따위는 이미 건축물의 지반을 다지는데 콘크리트와 같이 파묻혀버렸음을 수 번이나 짐작했다. 당연히 최소한의 정당한 권리는 요구할 수 없었다. 때로는 이곳에는 인간이 있기에 기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기계가 있기에 인간이 존재할 수 .. 2022. 2. 25.
미래를 위해 산다는 것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기상,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 여느 때와 다름없는 퇴근을 반복하길 어느덧 3년. 그동안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굳이 내 의식의 존재를 떠오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숙해졌고, 일상은 그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퇴근 후엔 주로 운동, 독서, 공부를 병행하며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편이다. 업무로 지친 정신과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집중하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가만히 기다리며 자아를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퇴근 후 잠들기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네 시간 남짓.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는다. 요즘은 독서에 집중하고 있기에 읽던 책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편다. 아, 책을 읽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이 .. 2021. 12. 18.
[책 리뷰] 32.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저,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2021, 열린책들 최초 작성일 2021.12.03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 포스트모더니즘 후의 후기 근대성을 가리키는 말로, 기존의 고체(Solid)적인 근대성이 액체(Liquid)와 같이 되었다는 불확실한 후기 근대성을 표현하며, 후기 근대성을 설명하면서 지그문트 바우만이 처음 사용했다. 즉, 예전엔 고체(Solid) 같았던 사회가 액체화 되면서 사람들이 불확실성이 가득한 사회에 빠지게 되었다는 건데, 이 액체 근대는 결속 끊기, 회피, 손쉬운 도주, 절망에 찬 추격의 시대, 즉 개인이 매우 유동적인 삶에 처하게 되는 사회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용감하고 신중한 사람을 .. 2021. 12. 12.
[책 리뷰] 29. '모스크바의 신사(A Gentleman In Moscow)', 에이모 토울스(Amor Towles) 에이모 토울스(Amor Towles) 저, '모스크바의 신사(A Gentleman In Moscow)', 2018 최초 작성일 2021.11.05 과도기(過渡期): 한 상태에서 다른 새로운 상태로 옮아가거나 바뀌어 가는 도중의 시기. 흔히 사회적인 질서, 제도, 사상 따위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시기를 이른다. 알렉산드르 로스토프는 과학자도 아니고 현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순넷이라는 나이를 먹은 그는, 인생이란 것은 성큼성큼 나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은 현명했다. 인생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이다. 주어진 하나하나의 순간마다 천 번에 걸친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우리의 능력은 흥하다가 이울고, 우리의 경험은 축적되며, 우리의 의견은-빙하가 녹듯 매우 느리지는 않다 해도 적어도 천천히 점진.. 2021. 11. 5.
[책 리뷰] 28.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장 주네(Jean Genet) 장 주네(Jean Genet) 저,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2007 최초 작성일 2021.10.25 개별성(個別性): 사물이나 사람 또는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각각 따로 지니고 있는 특성 대상들에 대한 놀랄 만한 존경심. 각개의 대상은 '홀로' 있을 수 있기에 아름답다. 그 안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인가 있다. 그러므로 자코메티의 예술은 대상들 사이의 사회학적인 관계 -인간과 그의 분비물이라는 관계-를 맺어 놓은 사회적인 예술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한 룸펜의 예술이며, 대상들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모든 존재, 모든 사물의 고독에 대한 깨달음이라는 순수한 지점에 이르고 있다. 대상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혼자다. 그러므로 내가 사로잡혀 있는 필.. 2021. 10. 30.
우리 안의 가상인간 나이가 서른 살에 가까워져 갈수록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결혼은 언제 하려고?', '만나는 친구는 있고?' 평소에 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저런 질문밖에 못할까 생각함과 동시에 목구멍까지 올라오던 독침을 집어삼킨 뒤 한마디 뱉는다. '예... 뭐 잘 만나고 있습니다. 때 되면 하려고요' 근데 사실 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만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 불편한 대화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의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타오르는 불에 마른 장작을 집어넣는 것과 같고, 물고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떡밥을 뿌리는 것과 같다. 이는 곧 .. 2021. 10. 23.
될놈될 안될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특히 나태함)를 이겨내고 주어진 삶을 충실히 영위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이고, 누군가는 보다 숙련된 자아를 얻기 위해 골백번 되뇌고, 누군가는 특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수천번의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그들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시간은 그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즉,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맡겨진 시간을 그 누구보다도 촘촘하고 타이트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소비하며 최대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들은 매 순간 몰려오는 잠을 이겨내기 위해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고, 쉬고 싶고 눕고 싶어 하..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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