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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29. '모스크바의 신사(A Gentleman In Moscow)', 에이모 토울스(Amor Towles)

by 세자책봉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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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모 토울스(Amor Towles) 저, '모스크바의 신사(A Gentleman In Moscow)', 2018
최초 작성일 2021.11.05

2021. 11. 05. 무르익은 가을 오전에 어울리는 향, 그리고 따뜻한 책

과도기(過渡期): 한 상태에서 다른 새로운 상태로 옮아가거나 바뀌어 가는 도중의 시기. 흔히 사회적인 질서, 제도, 사상 따위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시기를 이른다.
알렉산드르 로스토프는 과학자도 아니고 현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순넷이라는 나이를 먹은 그는, 인생이란 것은 성큼성큼 나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만큼은 현명했다. 인생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이다. 주어진 하나하나의 순간마다 천 번에 걸친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우리의 능력은 흥하다가 이울고, 우리의 경험은 축적되며, 우리의 의견은-빙하가 녹듯 매우 느리지는 않다 해도 적어도 천천히 점진적으로-진화한다. 소량의 후추가 스튜를 변화시키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 '모스크바의 신사' 5권 성년 中, p.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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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년 전 가을이 무르익는 계절, 한 달에 두 번씩 주말이 되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대입구역으로 향했다. 9시에 무료로 제공해주는 직원 식사를 먹고 제 시간인 10시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8시 30분쯤엔 무조건 집에서 출발해야만 했기에 학교에 가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다. 태릉입구역에서 6호선을 타고 한 번의 환승을 거쳐 동대입구역에 내리면 한 숨 밖에 안 나오는 높이의 계단이 하체 건강의 안부를 묻는다. 워이 워이. 안 그래도 하체는 두꺼운 편이라 더 두껍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데... 발걸음이 자연스레 오른쪽을 향한다. 오른쪽에 있는 기계장치는 편안함은 물론 더 이상의 하체발달을 지연시켜 주기에 언제나 옳다. 기계과 만세. 오늘도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앞으로 있을 고단함에 앞서 잠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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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장치를 벗어난 나는 동대입구역을 나와 왼쪽 언덕으로 보이는 한 호텔을 향해 걸어간다. 호텔의 정문엔 방문객들을 친절하게 맞이하는 가이드 두 분이 서있다. 오늘도 그들은 날렵한 몸동작으로 방문객들이 이동해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정문을 지나는 내 모습을 본 가이드는 본인과 내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직감한 듯 찰나의 쓰디쓴 눈인사를 하곤 본연의 업무로 복귀한다. 정문을 지나면 좌측으로는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길이, 우측으로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어두운 골목길이 있다. 늘 그렇듯 검정 슬랙스와 하얀 셔츠, 깔끔하게 광을 낸 구두를 신고 있는 나는 -누가 봐도 직원 행색을 하고 있다- 어두운 통로를 이용해야만 한다. 손님들이 다니는 길엔 최대한 직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호텔의 룰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군가는 길을 잃고-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직원 입장에서 신라호텔은 생각보다 길이 복잡하게 느껴진다-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길로 이동했다가 사무실에서 혼쭐이 나기도 했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결코 짧지 않은 두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하체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젠장- 호텔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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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직원용 출입카드를 놓고 온 것을 후회하고 있던 찰나,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이름 모를 동료가 등 뒤에서 나타나서는 카드를 찍어준 뒤 시크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에 감사인사를 건넨 뒤 문이 닫히기 전 재빠르게 건물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이곳은 호텔 본관과 연결될 일 없이 별채로 지어진 건물이다. 호텔 로비를 중심으로 보자면 우측 아래 구석에 위치해있어 방문객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물론, 그들이 의도적으로 찾아보지 않는다면 찾기 힘든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이번엔 아까와 다른 기계장치를 이용한다. 엘리베이터는 의도치 않은 하체운동 때문에 억울해진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3층에 도달한 기계장치의 문이 열리기 전부터 이미 맛있는 냄새가 코와 입을 자극한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나의 공복 상태가 더욱 부각되게 느껴진다. 꼬르륵 위가 소리친다. 밥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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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다. 원래대로면 사무실에 먼저 출근해 출근카드를 작성하고 식권을 받아와야 이용 가능함에도, 이곳에 먼저 들를 수 있던 이유는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의 동선 효율을 위해 식권을 미리 받아놨기 때문이다. 후, 나는 대체 어디까지 효율을 찾을 것인가. 사실, 밥이 맛있기로 소문난 호텔의 명성 덕분일까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 또한 그 맛이 상당하기에 이 같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듯하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덮밥이다. 직원용 단체 식사로는 이만한 것이 없지를 속으로 생각하며 한 손으로 시간 체크를 하고는 경쾌하게 젓가락질을 시작한다. 식사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변엔 면식한 번 없는 사람들뿐이라 쓸데없는 대화 등으로 지체될 이유가 없다. 혼자 먹을 때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친 뒤엔 입 안을 깔끔하게 헹궈야 한다. 혹시 모를 불상사로 방문객들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는 문을 열어 구석진 건물 밖으로 나와 짧은 계단을 올라간다. 호텔 로비를 기준으로 우측 하단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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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야 하는 사무실은 호텔 로비의 길 건너편 중앙에 있는 VIP 주차장의 한 구석에 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간이 사무실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길을 건너야 하는데, 다행히도 이곳 로비 주변에서는 우리가 일하는 곳이라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니 누구의 호통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늘도 특별히 눈에 띄는 일 없이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리곤 사무실에 계신 분들께 인사를 드린 뒤 간단한 양식으로 출근 확인을 받는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가벼운 영업용 베스트와 무전기, 스마트폰을 지급받는데 사무실 안쪽의 갈색 데스크를 마주하고 검은색 가죽의자에 앉아있던 소장님이 가슴을 툭툭 털고 일어나 한 말씀하신다.

오늘은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일이 바쁠 거야~

 

젠장 날을 잘못 골랐다, 이번 주에 오지 말고 다음 주에 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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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에 있었던 호텔과의 짧은 인연이지만, 잊혀 가던 기억의 조각을 다시 한번 맞춰보게 된 건 순전히 '모스크바의 신사' 때문이다. 책 '모스크바의 신사'는 작가인 에이모 토울스가 집필한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그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투자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한 투자전문가임에도 평소 글을 쓰는 일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2012년 프랑스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한 뒤로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흠, 나만의 짧은 글을 쓰게 된 이후로 작가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일까? 작가님의 이력을 보자마자 내가 글을 쓰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나게 되었다. 리뷰에 앞서 해변의 모래성 같던 마음을 다시 한번 단단하게 굳게 만들어주신 에이모 토울스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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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스크바의 신사'는 주로 레닌과 스탈린 시대(1922년 ~ 1952년) 전·후 정도의 시점을 다루고 있으며,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이전 러시아 제국의 오래된 귀족인 로스토프 가문의 백작이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훌륭했던 귀족 집안 출신답게 예절, 교양, 사교의 달인인 로스토프 백작은 과거에 저지른 어떤 사건 때문에 모스크바 시내의 메트로폴 호텔에 구금되어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인물이다. 책은 노동자들을 위한 세상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반해 어느덧 저물어버린 시대의 전유물이 되어 메트로폴 호텔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로스토프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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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 어떤 미사여구도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읽어보면 느끼게 될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리뷰를 하는 입장에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려고 한다. 먼저,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책의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는 작가의 시선 변화 때문이다. 

분명 여러분의 인생에도 어느 정도 도약했던 순간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여러분은 자기 확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그 순간들을 되돌아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도약하는 데 약간이나마 기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제삼자가 정말로 없었을까? 시의적절하게 조언해주고 소개해주고 칭찬의 말을 해주었던 멘토나 가족의 친구나 학교 친구가 정말 없었을까?
- '모스크바의 신사' 3권 오후의 밀회 中, p.318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소설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시작해 주인공의 시점으로 끝을 맺으면서도 중간중간 개별 인물들의 시선을 보여주거나, 사물의 시선을 보여주는(이 경우는 대단히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등 작가의 시선은 소설 속을 자유롭게 비추며 이를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내용에 깊이를 더하고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독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소설 속의 세계관을 한 장면이라도 더욱 실감 나게 비추기 위한 것이기에 아주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모스크바의 신사'에서는 스토리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작가의 시선이 내부를 향해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위의 인용구를 보라. 위의 인용구는 중년의 여배우인 '안나'가 메트로폴의 지박령이 된 '로스토프 백작'과 두 번째로 만난 상황을 설명하는 글에 쓰여 있다. 인용구에 언급되어 있는 여러분이라는 것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볼셰비키의 회의에 참석한 다양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이르는 말일까? '안나'와 '로스토프 백작' 이외에 등장한 여러 무리의 사람들을 이르는 말일까? 아니다.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시선은 소설 속 세계관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현재를 향한다. 그리고 독자들을 향해 이야기한다.

어이 독자들, 책 잘 따라오고 있어?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소설에 집중하다 느닷없이 질문받는 기분이란 마치 수백 명이 모여 강연을 듣는 자리에서 강연자가 질문을 하기 위해 수백 분의 일의 확률을 뚫고 나를 지목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아 물론, 사람에 따라 이런 경우 강연장에서 느낄 불편함과 민망함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로 말미암아 독자들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은 오히려 나쁘지 않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또한 시선을 독자들에게 둠으로써 소설과 독자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독자들은 소설과 함께 마치 태평양을 건너는 배에 같이 승선하고 있는 듯한 동료의식을 느끼게 되고 이는 독자로 하여금 더욱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여러분이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며 어느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넘어가버린 페이지 수로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더 이상의 설명은 줄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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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재미있는 두 번째 이유는 차갑게 느껴지는 지리적 배경과 시대적 상황과는 달리 따뜻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시베리아, 북쪽, 공산주의, 소련, KGB(소련 비밀경찰) 앞서 나열된 단어들은 하나 같이 차갑게 느껴진다. 새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러시아인들의 계속되는 추위로 한껏 상기된 볼, 모피로 만든 털모자를 쓰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 북극에 가까운 거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시베리아의 블리자드와 극한의 추위, 추위를 이기기 위해 더욱 독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던 보드카, 연방과 반대되는 사상을 가진 인간들을 가차 없이 숙청해버리는 냉혈한 러시아 스파이 등 러시아를 향해 차가운 모습만 연상되는 것은 러시아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의 편협한 스테레오 타입일지도 모르지만 실제 그곳은 많이 춥다는 친구의 경험과 겨울에 얼음 목욕을 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행위에 근거를 더해 여하튼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 하겠다.

2021. 01. 20. 올해도 얼음목욕 중인 푸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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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모스크바의 신사'의 스토리는 참으로 따뜻하다. 예절, 교양, 사교의 달인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며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 호텔에 홀로 남게 된 로스토프 백작을 향해 처음으로 관심을 줬던 아이 '니나', 로스토프 백작이 생을 마감하려 올라간 호텔 지붕에서 우연히 만나 커피와 꿀을 마시며 친구가 된 청소부 '아브람', 그에게 항상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주는 요리사 '에밀', 로스토프 백작을 감시하는 일을 함에도 그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당의 고위간부 '오시프', 몇 번의 대화만으로도 이미 오래된 친구가 된 미국인 대사 '리처드', 그리고 마지막 로스토프 백작과 함께 호텔의 구석구석을 탐험했던 니나의 딸로 로스토프 백작의 유일한 가족이 된 '소피아'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은 로스토프 백작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기꺼이 로스토프 백작을 도와준 인물들로, 로스토프 백작과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 가족보다 더욱 가족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로스토프 백작이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제한적인 설정으로부터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들을 항상 존중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로스토프 백작의 유능함 덕분임에 지분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처럼 따뜻한 스토리의 진행이 이 책에 재미를 더해주는 이유는 한없이 차가울 것만 같은 배경에 따뜻한 가족적인 스토리가 더해지니 그 대비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고, 평화로움이 유지될 것 같은 스토리에 이 대비감으로 말미암은 무언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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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의 이야기는 1922년에서 1954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계절이 변하고, 과도기적인 이념이 변한다. 로스토프 백작과 호텔을 지키던 사람들이 변하고, 호텔의 시스템이 변한다. 그리고 로스토프 백작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변한다. 그는 어릴 적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평생을 그리워하던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여동생의 초상화를 호텔 방에 남겨둔 채 가족이 된 소피아를 만나러 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많은 것들이 변하는 와중에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로스토프 백작의 훌륭한 인품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과 사려 깊은 말솜씨를 갖춘 그의 훌륭한 인품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변하지 않는다. 한번 신사는 영원한 신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초지일관 상대에게 매너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한결같이 보여주는 신사적인 행동들은 더 이상 그가 구시대적 신사이니 아니니 하는 것들과는 관계가 없어 보였다. 변하지 않는 그의 따뜻한 인품은 그가 어떤 위치에 있거나 하는 것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로부터 말미암은 감정들은 나에게 인품에 대한 지독한 사유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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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자유와 존중을 지나치게 요구한 탓일까, 인품 또한 개인의 성격과 관련한 것이니 존중해줘야 한다는 조금은 이상한 논리 때문에 인품의 중요성은 뒤로한 채 개인을 능력만으로 판단하면서 벌어지는 안 좋은 일들이 주변에서 부쩍 많아졌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 또한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기에, 이런 현상에 내심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가치관들,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들이 만들어지고 인정받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과연 인품의 중요성은 여전히 건재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찾아보기로 했다. 더 이상 인품이 중요하긴 한가? 중요성이 바뀌기는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디까지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가? 나는 좋은 인품의 소유자일까? 로스토프 백작의 인품으로부터 시작된 한참의 사유 뒤에는 한 가지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시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인품의 선은 변할 수 있을지라도 인품의 중요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절, 예의, 매너와 같은 인품의 중요성은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뇌며, 짧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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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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