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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2

잠이 오지 않는 일요일 밤의 잡생각 나는 가끔 우리 부모님이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아의 삶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와 시간을 쏟아야 했던 그들의 노력에 감탄하기까지 한다. 어찌 보면 부모 된 도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러한 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엔 나의 운이 참으로 좋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자식이 없는 내가 지금 현실에서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상 과분하다. 자유롭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읽고 싶은 것을 읽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나의 뜻대로 나의 선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나는 엄.. 2023. 5. 26.
디아블로와 버스 그리고 청춘 . 2022년 6월 3일,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이 출시했다. 2018년 블리즈컨에서 최초 공개한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한때 총괄 디렉터의 님폰없(님은 핸드폰이 없음?)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지만, 이번 게임 출시 이후 반응은 나쁘지 않은 듯하다(글을 올리는 시점에서 보니까 나쁜것 같기도 하다). 최초 시리즈부터 디아블로는 독보적인 세계관과 게임성으로 수많은 골수팬을 만들어냈으며 쿼터뷰 RPG를 본격적으로 흥행시킨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최근 게임사인 블리자드는 내부 직원의 성추문 사건, 앞서 언급한 님폰없 사건,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 운영 부재 및 그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의 악재가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의 출시는 좋지 않은 사내외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2022. 6. 12.
직업 강연을 마치며 . 직업 강연을 마치고 어느새 2주가 지났다. 그간 글을 작성하지 못했던 것은 본업이 바빠졌기 때문이고, 오랜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고, 이러저러한 핑계로 미뤄왔던 회식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기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그렇다. 이건 다 핑계다. 꾸벅. . 그날은 설렘 탓인지, 긴장했던 탓인지 평소 출근 시간에 맞춰 잠에서 깨던 시간보다 무려 2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아산까지는 대략 1시간이 걸리는 터라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했다. 아침 공기는 선선했고, 간단한 아침운동으로 몸을 깨운 뒤 바나나를 입에 문 채 아산으로 향했다. 직업 강연의 대상은 기업에 입사하길 원하는 고등학생들이었다. 강연 장소에 도착하자 마침 학생들이 등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는 없지.. 2022. 5. 22.
직업 강연을 준비 하며 경제적 자유 그리고 두려움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반드시 퇴사를 해야 만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막연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정해둔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점점 조급해진다. 내가 정말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지금 내겐 많은 것이 없다. 모아둔 돈도 별로 없고, 책임져야 할 연인도 없다. 오히려 지금 당장의 퇴사는 내게 독이 될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퇴사 이후의 삶이 두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과감하게 퇴사의 길로 가려는 이유는, 내가 가진 이 살덩어리를 믿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 인생은 내가 그것을 얼마나 원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했는지에 달려있었다. 내가 이루고자 한 것에 거칠 것은 없었다. 그저 필요한 건 그것을 갖고.. 2022. 5. 9.
당신이 이 글을 읽은 시간 '1초'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세상에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우리가 술자리에서 이리도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인가 싶은 마음도 잠시. 나는 전두엽과 대뇌를 거치지 않은 대답들을 마구 뱉어내기 시작했다. 생명의 탄생, 천둥과 번개, 죽음, 교통사고, 살인사건, 강풍, 찰나의 눈빛 교환, 무언의 압박, 주가의 상승과 하락, 주위의 온도 변화, 숨 들이마시기, 몸 안의 수많은 세포들의 산소 결합, 위스키의 증발, 물고기가 낚싯대의 미끼를 무는 순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아무런 글쓰기, 다리 꼬기(해보니까 1초면 되긴 되더라), 충전기에 꽂혀있는 태블릿으로 음전하들이 이동하는 시간, 탈취제 한 번 뿌리기, 에어컨 온도 조절하기, 핸드폰 지문인식 하기, 마지막으.. 2022. 4. 8.
내가 도둑맞은 물건 . 참 애플만큼 애증관계에 있는 브랜드도 없다.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6월 어느 날의 일이다. 나는 얼리어답터를 표방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꽤나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섭렵해오고 있었다. 당시 유명했던 브랜드로는 한때 전자사전으로 유명했으나 유행이나 기술이 점점 뒤떨어지고 있던 샤프, 대표작인 미키마우스 MP3를 비롯해 전자사전과 MP4로 이름을 날리던 아이리버,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했던 PMP 끝판왕 코원 등이 있다. 아, 무언가 빼먹은 게 있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 이 시절 오늘날 십만전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삼성의 브랜드인 옙(YEPP)에서 만든 MP4를 뛰어넘어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목을 끌던 .. 2022. 3. 27.
진정한 나를 찾아서(Find My True Self) . 성격이 괴팍한 곳에 있던 지난 3년을 되돌아본다. 그곳은 인간이 현현한 이 세상엔 스스로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새로운 일들로 가득했다. 충만했던 존재의 이유가 어느덧 불완전함에 침식당해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었던 하루를 보내기를 반복. 그곳은 저녁에도,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울리던 휴대전화를 손으로 쪼개버리고 싶을 만큼 인간에 대한 존중과 권위는 각자의 이기심에 의해 잊힌 섬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의 권위 따위는 이미 건축물의 지반을 다지는데 콘크리트와 같이 파묻혀버렸음을 수 번이나 짐작했다. 당연히 최소한의 정당한 권리는 요구할 수 없었다. 때로는 이곳에는 인간이 있기에 기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기계가 있기에 인간이 존재할 수 .. 2022. 2. 25.
미래를 위해 산다는 것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기상,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 여느 때와 다름없는 퇴근을 반복하길 어느덧 3년. 그동안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굳이 내 의식의 존재를 떠오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숙해졌고, 일상은 그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퇴근 후엔 주로 운동, 독서, 공부를 병행하며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편이다. 업무로 지친 정신과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집중하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가만히 기다리며 자아를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퇴근 후 잠들기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네 시간 남짓.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는다. 요즘은 독서에 집중하고 있기에 읽던 책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편다. 아, 책을 읽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이 .. 2021. 12. 18.
우리 안의 가상인간 나이가 서른 살에 가까워져 갈수록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결혼은 언제 하려고?', '만나는 친구는 있고?' 평소에 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저런 질문밖에 못할까 생각함과 동시에 목구멍까지 올라오던 독침을 집어삼킨 뒤 한마디 뱉는다. '예... 뭐 잘 만나고 있습니다. 때 되면 하려고요' 근데 사실 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만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 불편한 대화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의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타오르는 불에 마른 장작을 집어넣는 것과 같고, 물고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떡밥을 뿌리는 것과 같다. 이는 곧 .. 202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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