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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잠이 오지 않는 일요일 밤의 잡생각

by 세자책봉 2023.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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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촬영한 노동자들


나는 가끔 우리 부모님이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자아의 삶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와 시간을 쏟아야 했던 그들의 노력에 감탄하기까지 한다. 어찌 보면 부모 된 도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러한 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엔 나의 운이 참으로 좋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자식이 없는 내가 지금 현실에서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상 과분하다. 자유롭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읽고 싶은 것을 읽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나의 뜻대로 나의 선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나는 엄청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 와중에 욕심이 있다면 이런 자유로운 삶을 위해 일부 자유를 반납해야만 하는 가끔은 지긋지긋한 이 회사생활마저도 나의 것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자유를 얻는 방법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격리하는 것은 비록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할 테지만 그 마저도 사실상 마음의 지분이 현실의 지분보다 많으니, 마음만 먹으면 될 터다. 어려운 것은 내려놓은 마음 뒤에 주어진 자유에 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두 번째는 회사 일을 곧 나의 일로 생각하는 것이다. 비록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를지언정 최소한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나의 회사를 경영하듯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궁여지책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또는 보수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지에서 내가 택할 수 있는 가장 괜찮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니 그야말로 임시방편, 하수 중에 상수다. 그리고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 바로 사업이 될 것이다.

나의 지난 몇 년간의 행적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나라는 인간의 특성은 결코 ‘일’과 ‘생활’을 분리할 수 없거나 분리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전 사회적 흐름과 대비되는 것에 스스로를 사회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적응자라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비록 내가 사회적으로 고립을 자처하더라도 둘 사이의 연관성에 기대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둘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 발버둥 치는 것은 나라는 인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것은 그저 나의 특징이고 나의 성질이다. 그렇기에 나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상황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 나는 그런 인간이니까.

그런데 나는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하기보다 두 가지 모두를 따를 것이라 다짐한다. 결코 나의 소유물이 될 수 없는 이 회사에서 나는 흔한 하나의 장기짝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너무나도 많이 느꼈다. 또한 나보다 아첨이나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 내가 이곳에서 핵무기를 만들어낸 오펜하이머처럼 세계대전을 끝낼 수준의 아주 특출 난 업적을 보유하지 않는 한 나는 그들보다 뒤처질 것이 꽤나 눈에 선명하다. 나는 이것이 선명함을 넘어 자명하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므로 삶에 대한 나의 태도.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을 이기려는 헛된 망상을 집어던지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깊은 사명만을 간직한 채 이곳에서의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대가의 큰 바람은 없다. 나는 오로지 내 삶에 집중하고, 그곳에서 발췌하고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지혜를 찾아내려 할 것이고 그걸 얻으면 족하다. 여기서 한 가지 빼먹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금전적인 부분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적당히 먹고살만한 수준의 경제적인 능력은 유지가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이 분야에서 만큼은 큰 걱정거리가 없다.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야 지천에 널린 것이 그것이고, 다년간 검증되었고 지금도 매일 검증하며 내게 소소하지만 비교적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여러 투자방법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내게 주어진 업에는 최선을 다 할 생각이지만, 이곳에 나의 신체와 영혼을 의탁하는 일 따위는 결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의 처신에 대한 모든 것은 오로지 내게만 달려있을 뿐 제삼자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적절한 시기가 되면 나는 당당하게 내가 짊어지고 있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채 기꺼이 맨발로 사회에 두 발로 일어설 것이다. 그때가 인생의 2막이 시작되는 때이다. 그간 쌓아온 지식과 지혜, 수많은 데이터와 통찰은 그때 비로소 빛을 볼 터니 나는 이것을 위해서라도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200%, 300% 노력하고 집중해야 한다. 최고의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의 인풋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많은 인풋에 조금 느릴 수도, 개별 인풋 사이의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Connecting the Dot. 스티브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처럼 옅은 관계로부터 시작된 개별 인풋들은 결국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낼 것이며 그것으로부터 나는 나만의 독창적인 의사결정의 토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꾸준하게 나아가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이곳에는 나의 적수가 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업무적인 능력차이나, 흘러간 세월에 대한 지식의 차이가 있겠지만 삶에 대한 태도에서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실현함에 있어 이곳에 나의 라이벌은 없다. 이것을 반드시 계속 인식하고 결코 주변에 나의 태도를 맞춰서는 안 된다. 독보적이고 압도적인 행동으로 악마의 꼬드김 같은 주변의 기운을 물리쳐야 한다. 절대로 주변인들이 하는 생각에 동조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나의 길을 갈 뿐이다. 그리고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주변 사람들을 그렇게 평가하더라도 나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내가 그들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틀림없기에 사실상 나는 장님과 다를 바가 없다. 내가 그들을 다 볼 수 없기에 그들 중에는 분명히 나보다 더 능력이 뛰어나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 실제로 많다. 다만 마인드만큼은 그렇게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요일 밤, 잠을 자기에 앞서 내게 주어진 또 한 번의 일주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열심히 살고, 후회 없이 살자.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어차피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필요로 하는, 나의 성질에 맞는 의미를 따라가는 것이 어떤가? 무엇이 문제인가?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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