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심

꿈속에서 만난 그대

by 세자책봉 2023. 3. 12.
728x90

2023. 03. 05. 불멍(아무 생각 없음)


이건 분명 꿈이다.

낯선 세상에서 눈을 뜬 나는 이곳이 현실이 아닌 꿈속임을 직감했다.

나와 같이 있던 그녀는 나의 한쪽 손을 잡은 채 나를 어디론가 이끌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이유로 이곳에서 눈을 떴는지, 그녀는 왜 나를 인도하고 있는지, 이 세계는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스포츠 의류 매장으로 들어갔다.

여러 벌의 검은색 운동복이 걸려있는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는 찰나 그녀는 미리 골라놓은 옷이라며 보라색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매장 밖으로 나갔다.

나도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바로 뒤따라 나왔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맸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과연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문득 등 뒤가 시렸다.

매고 있던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녀를 잃어버리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 위해 다시 스포츠 의류 매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매장에는 가방이 없었다. 역시나.

막막함에 매장 앞을 서성였다.

그때, 길가에 더러워진 침낭 속에 몸을 반쯤 가린 채 누워있는 노숙자가 내게 말했다.

“어이 그런데 당신 핸드폰은 어디 간 거야?”

기가 막힌 일이었다.

분명 매장으로 다시 오기 전까지 한 손에 쥐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이 세계에서 눈을 뜬 지 불과 몇 분만에 같이 있던 그녀를 잃어버렸고, 매고 있던 가방도 잃어버렸고,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도 잃어버렸다.

주체할 수 없는 상실감이 몰려왔다.

나는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현실의 것과 같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나의 두 눈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이 지긋지긋한 꿈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길가에 누워 움켜쥔 양손으로 가슴을 마구 내리쳤다.

‘꿈에서 깨야해. 제발, 제발! 꿈에서 깨라고!’



아침 7시, 잠에서 깬 나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은 일이건만, 선명한 감정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었다.

침실 왼편 유리창에 붙어있는 노란색 포스트잇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잡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해 같이 타들어 가는구나. 반드시 그것을 놓아야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샤워실로 향했다.

떨어지는 온수에 머리를 적실 때 문득 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인생이라는 길고 긴 꿈?’

꿈속에서의 ’나‘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샤워실에서 물을 맞고 있는 ’나‘가 꿈속에 있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분명 나는 꿈속에서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의 소중한 것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참담함에 꿈을 깨려 가슴을 마구 때렸다.

‘내가 과연 꿈에서 깬 것일까?’

‘내가 다른 세계의 나를 잠깐 본 것일까?’

글을 쓰기 위해 3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왔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다른 세계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현세에 감사함과 동시에 또 다른 세계의 ‘나’에 대한 슬픔이 뒤섞인 감정의 구름이 뭉게 피어올랐다.

이건 분명 꿈이다.

반응형

'진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이 오지 않는 일요일 밤의 잡생각  (0) 2023.05.26
1년 걸린 넋두리  (0) 2022.12.05
나와 관계없는 죽음  (0) 2022.10.25
디아블로와 버스 그리고 청춘  (0) 2022.06.12
직업 강연을 마치며  (0) 2022.05.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