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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당신이 이 글을 읽은 시간 '1초'

by 세자책봉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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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08. 벚꽃이 피고 지는 체감시간 '1초' - 서산 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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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세상에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우리가 술자리에서 이리도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인가 싶은 마음도 잠시. 나는 전두엽과 대뇌를 거치지 않은 대답들을 마구 뱉어내기 시작했다. 생명의 탄생, 천둥과 번개, 죽음, 교통사고, 살인사건, 강풍, 찰나의 눈빛 교환, 무언의 압박, 주가의 상승과 하락, 주위의 온도 변화, 숨 들이마시기, 몸 안의 수많은 세포들의 산소 결합, 위스키의 증발, 물고기가 낚싯대의 미끼를 무는 순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아무런 글쓰기, 다리 꼬기(해보니까 1초면 되긴 되더라), 충전기에 꽂혀있는 태블릿으로 음전하들이 이동하는 시간, 탈취제 한 번 뿌리기, 에어컨 온도 조절하기, 핸드폰 지문인식 하기, 마지막으로 소주 한잔 털어 넣기. 우리는 곧바로 잔을 높이 들어 한껏 세게 부딪혔다. 짠! 역시 술자리에서는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게 제일 재미있더라니. 이쯤 되면 술자리의 재미도 재미지만 소주라는 놈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쓸데없는 이야기를 더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크. 우리는 소주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인생을 마시고 있던가. 술은 달다가도 쓰고, 쓰다가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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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해후는 그렇게 끝이 났다. 열 두시가 가까운 늦은 저녁 집으로 가는 길. 얼마 전 까지는 안전펜스로 둘러싸여 사람이 돌아다닐 수 없었지만 지금은 주변정리가 잘 된 옛 경춘선 길을 걸었다. 동네 사람들이 언제라도 밖으로 나와 느긋하게 앉아 쉴 수 있게 설치된 낮은 높이의 벤치들. 느지막이 활동을 시작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피해 가며 먹이를 찾아 헤매는 고양이 한 마리와 저 멀리 희미하게 들려오는 고양이 가족의 울음소리. 대기를 감싸는 따뜻한 온기와 적당한 습분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니, 왜 이 시간까지 많은 이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인가. 마치 도시의 방랑자들을 위해서인 듯 하늘에는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힘껏 어둠을 뚫고 그들이 가는 길을 비추고 있었다. 영겁의 시간 동안 거대한 우주의 침묵과 마주해야만 했던 별들은 지구 위의 그 어떤 존재들 보다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문득 아까 전 술자리에서 얘기했던 1초 리스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거리에 비친 별빛이 누군가를 인도하는 순간. 1초. 별들은 자신들의 빛을 따라 움직이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까? 음… 왜인지 항상 괜찮은 표현은 사건이 끝난 뒤에 생각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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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레털레. 별빛이 비추는 철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술집이 모여있는 번화가에서 우리 집 까지는 15분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오늘은 술을 마신 탓인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로에 노곤해진 몸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흐르는 따뜻한 물에 머리를 담근 채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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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1초는 모든 존재에게 동일할까? 일단 아직 생명의 태동이 존재하지 않는 별에서의 1초와 ‘지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곳에서부터 2000억 광년 떨어져 ‘또 다른 지구’로 불리는 별에서의 1초를 모두 똑같은 1초라고 볼 수 없다는 건 알겠다. 내가 생각하는 1초는 그저 우주의 조그마한 생명의 태동이 있는 수많은 별들 중, 그곳에서 살고 있는 자들로부터 특별히 ‘지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별에서 그들이 규정한 1초다. 지구 내부로 한정해보자. 어릴 적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평균 수명을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인간에게 1초는 고양이에게 5초와 같은 시간입니다. 고양이의 수명은 대략 인간의 1/5쯤 되기 때문이지요.

 

동일한 기준을 강아지에게 적용하면 인간의 1초는 강아지의 8초와 같고, 인간 수명의 두 배가 넘는 거북이에게는 0.5초쯤 된다. 어쩌면 그들의 생(생)의 입장에서 그리고 생물학적인 영향에 따라 1초를 받아들이는 감각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의 1초는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1초는 인간 모두에게 동일할까? 개인차를 고려하더라도 비슷한 생김새에 생물학적으로도 서로 똑같은 인간이 느끼는 1초는 언뜻 동일할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인간은 모두 비슷한 인생을 살 것 같아도 한 명 한 명의 인생은 절대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수명은 모두 제각각일뿐더러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그저 인간들이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슘 원자가 진동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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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2. 26. 내가 회식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증거 - 수원 행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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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ㅇㅇ씨는 집에 가서 뭐 할 건데요?

 

알다시피 보통 ~씨를 붙이는 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특히 업무가 끝나고 팀이 회식을 하는 경우에 나를 향했다. 나는 회식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았다. 다시 얘기하겠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엔 스스럼없고 좋아하지만, 반드시 나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평소에도 퇴근 후의 일정을 꽤나 빠듯하게 정해놓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도 갑작스럽거나 무리한 회식 제안은 웬만하면 거절하는 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주변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무분별한 회식으로 보내고자 하는 시간과 나의 시간은 철저하게 동일한 취급을 받았다. 나는 내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고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지만, 그들은 그런 나를 단 한 번도 존중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1초와 나의 1초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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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의 1초와 나의 1초는 다르다. 이미 많은 이들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1초를 보내고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는 전쟁을 치르듯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누군가는 휴양지가 부러울 것 없이 느긋한 하루를 보낸다. 누군가는 뜨거운 열정으로 시간을 사용하지만, 누군가는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 절대 모든 이들에게 1초는 동일하지 않다. 오늘도 누군가는 1초를 아끼며 살아간다. 그들은 1초를 벌기 위해 잠을 줄이는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철저하게 쪼개 없던 1초를 만들어 낸다. 그들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어떠한 이들보다 시간을 소중히 다루고 있는 셈이다. 제발 타인에게 시간의 효용성을 따지듯 그 시간에 도대체 뭘 하냐고 비아냥스레 물어보지 않았으면 한다.


상대적인 시간을 다루는데 유명한 예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운동장을 뛰고 있는 운동선수와 그 운동선수를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서로 다른 '1초'
그리고 여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과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비아냥대는 주변인의 서로 다른 '1초'

 

오늘도 멋진 미래를 위해 1초를 소중히 여긴 당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절대 주변인의 시기에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그저 당신이 부러운 것이다. 그들은 계절에 따라 움직이는 철새와 같고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갈대와 같음에 전혀 두려울 것이 없다. 당신이 오늘 내디딘 한 걸음은 분명 당신을 정상으로 이끌 것이다. 당신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그리고 당신의 소중한 1초를 빼앗은 것에 용서를! 짧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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