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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6

브런치와 함께 춤을 다디단 꿈속에서 일어나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문질러 흔들리는 진동센서를 잠재운다. 덕분에 같이 흔들리던 고막 안의 청세포들도,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 진동이지만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도 제 상태로 돌아온다. 이미 충분히 떠오른 해가 비추는 창 밖을 보며 기지개를 시원하게 켠다. 쭉 쭉. 이때, 마치 팔 한쪽이 세상으로 떨어져 나갈 듯이 잡아당겨 줘야만 한다. 그렇게 잠을 방해하지 않을 수준의 절제된 움직임으로 인해 한껏 웅크려 있던 근육들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다. 이제 몸은 마실 것을 찾는다. 이미 물은 시원하게 냉장고에 숙성되고 있다. 가끔 냉장고에 물이 다 떨어졌음에도 채워 넣지 못한 날이 있으면 이상하게도 시원한 물의 온도만큼이나 시원한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것만 같다. 꿀꺽꿀꺽. 입 안의.. 2021. 10. 1.
[책 리뷰] 23. '글쓰기에 대하여(Negotiating with the Dead: A Writer on Writing)',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저, '글쓰기에 대하여', 2021 최초 작성일 2021.08.26 이면(裏面): 물체의 뒤쪽 면.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보이는 면보다 진실에 가까운 보이지 않는 면. 이 책은 2000년도 케임브리지대학 강의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것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글 쓰는 법에 대한 책도, 나의 저술 활동에 대한 책도, 특정한 사람, 시대, 국가의 글에 대한 책도 아니다.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으려나? 말하자면 작가가 서 있는 위치에 대한 글이다. (중략)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뒤를 조심해요. 누군가 있어요. 습격당하지 않게 정신 똑바로 차려요. 뱀을 조심해요." (중략) 장해물, 모호함, 공허함, 방향감각 상실.. 2021. 8. 28.
[책 리뷰] 12. ‘질서 너머(Beyond Order)’,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 저, '질서 너머', 2021 최초 작성일 2021.04.21 일진월보(日進月步): 나날이 다달이 계속하여 진보·발전함. 건강하고 역동적이며 무엇보다 진실한 인격은 실수를 흔쾌히 인정한다. 그런 인격을 갖춘 사람은 시대에 뒤진 인식, 생각, 습관을 자발적으로 벗어던지고 장애물을 돌파해 더 크게 성공하고 성장한다. 어떤 것을 겨냥하라. 현재 개념화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정하라. 그 목표를 향해 비틀대며 나아가라. 그 과정에서 당신의 실수와 오해를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해 잘못을 바로잡아라. 당신의 이야기를 분명히 하라. - 조던 피터슨 우리나라에서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것들은 직업을 얻기 위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 2021. 4. 21.
[책 리뷰] 10. '체호프 희곡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저, '체호프 희곡선', 1896 최초 작성일 2021.04.12 양가적(兩價的): 두 가지 이상의 가치나 의미를 지닌. 또는 그런 것. 지나고 보면 우리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하잘것없고 어리석은 일들이 이따금 무슨 의미라도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언제나처럼 그런 것들을 비웃으며 하찮다고 여기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 일에 매달리고, 또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멈출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걸 느끼는 거야. - 세 자매 中 투젠바흐 남작 익숙한 쇳가루와 오일 향을 잔뜩 머금은 구름을 내뿜는 차들 속 전기차의 등장은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낯설게 다가왔던 적이 있다. 늘 그렇듯 새로운 것은 부담스럽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다. 이 증상은 나이가 듦에 따라 더욱더 가속화되며 점점 익숙.. 2021. 4. 13.
[책 리뷰] 9.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2016 최초 작성일 2021.04.04 노력파(努力派): 타고난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어떤 일을 이루려는 부류의 사람을 이르는 말.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잘 썼을 텐데. 나는 소설 쓰는 친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중략) 만일 그가 써낸 이야기가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소설 따위를 쓰는가. 너의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쏟아부어 글을 써라.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시골에 있는 본가에 들러 방을 정리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 주 주말, 몇 개의 콘티 박스를 들고 집으로 가 내 방을 정리하면서 든 생각. '그래도 내가 책을 좋아하는구나...!' 초등학.. 2021. 4. 4.
[책 리뷰] 8. '여행의 이유', 김영하 김영하 저, '여행의 이유', 2019 최초 작성일 2021.03.19 역마살(驛馬煞):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에게 '역마살'이 끼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우리말은 없다.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Somebody)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노바디(Nobody)일 뿐이다. - 김영하 대학시절, 서울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몇몇의 친구들은 각자의 터전에 위치하게 되었고, 그중 가장 친한 형은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꽤나 멋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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