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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9.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by 세자책봉 202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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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2016

최초 작성일 2021.04.04

2021. 04. 04. 제형면옥 평양냉면, 선육후면의 진수!

노력파(努力派): 타고난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어떤 일을 이루려는 부류의 사람을 이르는 말.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잘 썼을 텐데. 나는 소설 쓰는 친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중략) 만일 그가 써낸 이야기가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었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소설 따위를 쓰는가. 너의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쏟아부어 글을 써라. -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시골에 있는 본가에 들러 방을 정리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 주 주말, 몇 개의 콘티 박스를 들고 집으로 가 내 방을 정리하면서 든 생각. '그래도 내가 책을 좋아하는구나...!' 초등학교 시절엔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와 나관중 작가의 삼국지에, 중고등학교 시절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 김진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에, 군 시절엔 귀욤 미소와 조지 R.R. 마틴의 작품에 빠져있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학교 시절엔 사회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의도적으로 소설을 멀리하긴 했었지만 취업 이후 고전소설을 끼고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대학시절 잠깐의 방황을 제외하곤 삶의 대부분을 소설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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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기존의 열정에 더해 블로그에 나만의 짧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한편으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고 있던 시점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서는 갓무위키의 설명으로 대체한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가로서의 삶 즉,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본인이 느꼈던 것들을 총망라하여 집필한 자전적 에세이다. 어떻게 하면 토익 900점을 받을 수 있는지와 같이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방법론적 내용에 충실한 '소설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작가로서의 마음가짐, 자세, 생각 등을 본인의 경험과 함께 풀어낸 일종의 작가 직업소개서라고 보는 게 더 가까울 듯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중요성을 부단히도 드러내고 있는데 그중 세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1. 노력에 대한 중요성 

위에서 볼 수 있는 레이먼드 카버의 에세이 문구를 인용할 뿐만 아니라 본인은 한번 일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는 등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집중과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특히 그는 글이 잘 써지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각에는 항상 자리에 앉아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함부로 가늠할 수 없지만, 일본인 작가로 미국에서 인정받기까지 그의 노력을 상상해보면 그는 노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행동해왔다고 보인다.

 2. 일탈의 중요성

완전히 글에만 매진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내용을 늘어놓으며 일탈 혹은 일종의 해방구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소설가는 현실의 에고(Ego)와 소설 속의 에고(Ego)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관리해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회복탄력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소설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현실세계에 적응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정신적인 휴식처럼 매일 달리기를 해왔고 그것이 현재 유일한 일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3. 즐김의 중요성

그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악기를 잘 연주하지 못하지만 잘 연주하고 싶은 마음만은 강했었고, 결국 음악을 연주하듯이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은 리듬-음악의 리듬이건 글자의 리듬이건-을 타지 못하면 글을 잘 못쓰게 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는 독자들이 차츰 늘어나면서 어떤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특정 연령층 같은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쓰게 되었고 그렇기에 본인은 이를 즐길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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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새로운 과제를 달성하고, 지금까지 못 해 본 것을 해내면서 자신이 조금씩 작가로서 성장한다는 실감을 얻는다는 그는 한 분야의 정점에 올라있는, 정통 노력파의 모습으로 비친다. 일본 문학계에 진출 후 번번이 고의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에 휘말렸지만 미국 진출이라는 대담한 도전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 세계적인 작가로 현재 진행하는 그의 소설가로의 삶의 정수를 알려주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이 책은 한 두 가지 작품으로 활동했던 단타성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소설로 삶을 영위해나가는 현재 진행형인 장타성 작가의 글이라는 것을 미래의 독자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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