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16.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 김백상 윤살구 김혜영 박선미 황성식

by 세자책봉 2021. 5. 22.
728x90

김백상 윤살구 김혜영 박선미 황성식 저,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 2021

최초 작성일 2021.05.21

21. 05. 20. 감성 짙은 밤을 책과 함께..!

고수(高手):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수가 높음.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
문득 만우의 팔뚝에서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꿈틀댔다. 온몸을 뒤덮은 비늘은 갑옷처럼 탄탄했고, 커다란 눈알엔 생기가 넘쳤다. 두툼한 주둥이는 무엇이든 집어삼킬 것 같았다. 잠시 몸을 뒤틀던 잉어는 허물을 빠져나오듯 만우의 팔뚝을 벗어났다. 그리고 곧 빗물이 흘러가는 거리로 풍덩, 뛰어들었다. 하염없이 비가 쏟아졌다.
- 조업밀집구역, 김백상 作

약 두 달간의 바쁜 일정을 앞두고 남은 연차의 절반을 사용해버렸다. 일정 동안 어차피 휴가는 쌓일 테니까 미리 쉬어두겠다는 마인드. 그나마도 하필 연차 기간에 직장동료들과의 약속이 미리 잡혀있었던 터라, 마음먹고 멀리 여행을 갈 수도 없었기에 미리 사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 들러 책의 재질, 디자인, 첫 페이지의 맛을 반드시 느껴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나름의 똥고집 때문에 집과 멀지 않은 곳의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교보문고에 달에 한 번은 들리는데 그때 사둔 것이었다.

.

여태껏 다양한 분야의 글-글자로 구성되어 있는 모든 문장은 글이라고 본다. 물론 최소한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것.-을 읽어왔음에도 평가해볼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글이 재밌다 재미없다 혹은 잘썼다 못썼다로 인식할 뿐이었다. 그나마도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저 나만의 기준이었던 셈이다. 여차저차 어느 정도로 글을 써야 공모전에 수상될 수 있는 건지 나름의 궁금증도 있었겠거니와 코팅 처리가 잘 된 재질로 분홍분홍 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하고 있어 예민한 놈의 기준을 통과하게 된 이 책을 입양할 수밖에 없었다.

.

.

책은 총 다섯 작가님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김백상 작가님의 조업밀집구역, 윤살구 작가님의 바다에서 온 사람, 김혜영 작가님의 토막, 박선미 작가님의 귀촌 가족, 황성식 작가님의 알프레드 고양이, 로 구성되어 있다. 글의 세계를 지나치게 얕봤던 것일까, 첫 작품부터 압도적인 필력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이렇게 재밌다고?'

 

이야기의 흐름에 '넘사벽'을, 글의 표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한 단편이기 때문에 그 내용의 속도감이 더해져 흡입력만큼은 최근에 읽었던 어떤 글보다도 더 진했다고 확신한다. 아래는 각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

1. 조업밀집구역 - 김백상

  - 유쾌한 필력으로 읽는 내내 현웃(현실 웃음)을 하게 만든 작품, 가족적인 스토리가 더해져 전체적인 구성이 좋았다. 

2. 바다에서 온 사람 - 윤살구

  - 차분해질 수도 있는 가족 이야기에 참신한 소재를 활용하여 내용의 신비감을 더해 지루하지 않은 따뜻함을 주었다.

3. 토막 - 김혜영

  - 스릴러적인 표현으로 내용의 속도감을 더해 문장의 흡입력을 극대화시킨 작품. 마지막의 떡밥 회수는 정말..!

4. 귀촌 가족 - 박선미

  - 비슷한 내용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예상했던 것 과는 또 다른 아주 시원한 결말로 속이 뻥 뚫렸던 작품.

5. 알프레드의 고양이 - 황성식

  - 고양이를 좋아하는 탓에 눈길이 갔던 작품. 현실성과 개연성, 스토리의 탄탄함이 가장 돋보였던 작품.

.

.

어떤 것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뉴런 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명언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스스로를 반성했다. 글쓰기 세계도 그렇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어째서인지 최근에 스스로가 지나치게 당당하고 그 정도가 지나쳐 뻔뻔해졌다는 느낌이 들곤 했기 때문이다. 겸손해야지 하면서도 순간적인 예민함으로 주변인들에게 좋지 않은 기운을 준 것 같아 미안해지는 밤이다. 이토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작품들과 책에 감사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겸손하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