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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9. 도서관

by 세자책봉 2020.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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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9. 04 봉길대왕암 해변

복잡한 메이저 카페는 가기 싫고, 적당히 조용한 나만의 장소를 찾아 서산 시내를 휘저었다. 

네이버 지도 검색으로, 오직 이름만 보고 들린 서산 도서관 앞 '시인의 테라스'

나를 감성적으로 만드는 몇 가지 중 한 가지인 '도서관', 도서관을 바라보며 도서관에 대한 나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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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랐던 그때 그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는 합법적인(?) 명목 하에 논산 시내에 자주 나갈 수 있었다.

아침 8시 버스를 타고 논산 오거리 버스 정류장에 내려 도서관까지 걸어가면 시계는 어느덧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로 공부하던 장소는 2층 공용학습실로,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었다.

책 정리 한 번, 모닝 화장실 한 번, 수학 문제집 한 장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었고, 식사하러 가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자연스레 점심을 먹고 오곤 했다. 물론 밥은 대부분 혼자 먹었다.

 

밥을 먹고 자리에 앉으면 사람들로 가득 찬 학습실의 더운 공기와 식곤증이 만나 졸음이라는 또 다른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워낙 모험심이 많은 나는 그렇게 오후 2~3시까지 다른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졸음과의 사투를 마치면 얌전히 공부해야 할 것을 오히려 다른 고민과 싸웠었다.

'그냥 이렇게 공부하다가 집에 갈 것인가? 아니면 또 또 다른 세상을 탐험할 것인가?

 

그렇게 나는 도서관에 갔던 횟수만큼이나 PC방을 많이 다녀서, 썩 좋은 고등학교에는 입학하지 못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은 내 인생의 암흑기와 같았던 시절이다.

1(도서관):9(PC방) 방문 비율을 자랑할 정도로, 그 어떤 목표 없이 막살았다.

 

그렇게 나는 도서관보다는 PC방을 너무 많이 다녀서 수능 평균 5등급을 맞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재수 후 간신히 입학한 대학시절이야말로 도서관과 제일 친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3학년 때 까지는 주로 과제와 시험공부를, 이후로는 주로 자격증 공부로 도서관 한 자리를 지키곤 했었다.

문제는 중학생 시절 도서관에 갔던 횟수만큼 PC방을 갔다면, 대학시절엔 그만큼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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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주는 다양한 느낌들, 공간이 주는 분위기, 책 내음, 공간의 울림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나의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 그 기억들로 쌓인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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