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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4. '노르웨이의 숲', Murakami Haruki(무라카미 하루키)

by 세자책봉 202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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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저, 옮긴이 양억관, '노르웨이의 숲', 2013.09.02

최초 작성일 2021.02.09

2021. 01. 01. 창밖의 눈을 보며

아련한 기억과 함께 사라져 가는, 어느덧 희미한 여운

무라카미 하루키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상실의 시대'와 '노르웨이의 숲'. 원 제목은 '노르웨이의 숲'이지만 출판사의 수익 문제로 한국에서만 '상실의 시대'로 출간했었다고 한다. 어릴 적 자주 가던 도서관에도 일본 소설 코너 한편에 상실의 시대가 있던 것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인지 책의 내용이 어떤 한 시대를 가로지르면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 이를테면 나이가 듦에 따라 가치관이 바뀌는 것을 마치 과거의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묘사되는 내용과 비슷한 것들을 소설로 풀어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예상은 대부분 틀렸다. 대부분이라는 약간의 여지를 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내 예상이 조금은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가로지르는 주내용은 '연애'이다. 조금 더 완숙한 표현인 '사랑'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그렇지만 특별한 서로의 관계로 인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연애'를 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은 주인공이 과거의 어떤 기억이 잘 생각나지 않고 존재의 여부조차 헷갈려하며 무언가 잃어버린 듯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나이가 들면서 과거 연인이었던(실제 연인이라기보다는 애틋한 친구관계에 혹은 짝사랑하던 연인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 '나오코'가 했던 말과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가게 되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가는 느낌을 받으며 때로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 조금은 특별한 연애를 했던 와타나베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가면서 이를테면 허망함, 공허감 같이 경험했지만 경험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은 듯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라며 마치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는 듯한 멘트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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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은 철학적 이해와 사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연애 소설이지만 소설의 내용만으로 은은하게 철학적 사색을 이끌어 내는 매력을 지닌 책이다. 또 이 책은 단순하고 강한 자극만을 보여주는 오늘날의 수많은 연애소설들(특히 우리나라의 드라마 중 열에 아홉 작품 혹은 그 이상)과 달리 인간 내면의 섬세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궁금한 사람들, 일본 소설의 제대로 된 맛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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