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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2.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Richard Dawkins(리처드 도킨스)

by 세자책봉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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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Dawkins 저, 옮긴이 이한음,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 2007.07.20

최초 작성일 2021.01.17

2020. 12. 25. 서산 집

나는 종교가 없다.

2014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기독교 단체 수는 약 55,000개로 동일 면적 대비 편의점의 수 보다 많다고 발표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어릴 적 동네에도 각 '리' 마다 하나의 교회가 있었다. 딱 한번 아버지가 목사인 친구의 집에 놀러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날 할아버지로부터 처음으로 격앙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는 교회에 가지 마라"

그때부터였을까 종교에 관한 그 어떠한 가르침도 받지 않았던 내가 교회는 어떠한 곳이기에 가지 말라고 하시는 건지, 사람들은 왜 보이지도 않는 '신'이라고 불리는 무언가를 믿는 것인지,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인지 등 종교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

 

우리 가족은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종교도 믿지 않았고(관심이 없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종교를 부정하거나 배척하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일 년에 한두 번 절에 다니시곤 했는데, 불교신자라는 표현보다는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을 때 혹은 답답한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실체화하여 표현하는 장소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상담소처럼 속마음을 표현하고 고민할 장소 혹은 사람이 필요했고 절이라는 장소가 적절했었다고 말씀하셨었고, 지금은 그마저도 하지 않으신다. 이렇듯 약간은 개방적인 집안에서 자란 탓일까 어려서부터 종교의 탄생, 역할 등에 대해 나름대로 편향 없이 고찰하여 얻은 결과를 혼자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형서점의 철학 코너 한편에 있던 책 안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종교에 대한 모든 고찰들이 담겨있었다. 심지어 더욱 논리적이고, 더욱 객관적으로, 매우 이성적으로...

 

책에서 도킨스는 특히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세련된 무기로 종교의 교리에 대해 날카롭게 대응한다. 과학자이기도 한 그 답게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라고 하는 종교에 대해서는 각종 사례, 증거를 통해 논리적으로 비판한다. 한편 도덕과 종교에 관해서도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데, 신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착한 행동을 해야 한다 라고 하는 종교인들의 논리에는 나 조차도 소름이 돋기도 했다. 대체로 도킨스가 비판하는 내용들의 공통점은 종교의 행태가 다소 '극단적'이라는 것과 '내로남불'에 기인한다는 것인데, 실제 그런 내용이 교리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도킨스의 해설은 시원함을 넘어서 그의 표현을 빌려 '무지'한 이들에게 한방 먹이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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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을 믿고, 사람들은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스스로 생각하도록 제대로 자극을 받았을 때 신을 버리고, 충만하고 흡족한 - 사실상 해방된 -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아주 많을 것이다. - 리처드 도킨스

각각의 고귀한 존재들이 스스로에게 보다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도킨스는 그 어떤 종교, 종교인들보다 오히려 더 인간 개개인의 그 자체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보인다.(도킨스를 찬양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신이 없다면 인간은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그러니 신을 믿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헛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아 당신은 당신을 믿지 못하는, 당신 혼자서는 존재하기 힘든, 참으로 딱한 존재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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