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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1. '자발적 고독', Olivier Remaud(올리비에 르모)

by 세자책봉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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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ier Remaud 저, 옮긴이 서희정, '자발적 고독', 2019.06.28

최초 작성일 2020.10.04

2020. 07. 25. 대구 Comodo

자발적 고독과 인간혐오는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는가?

인간혐오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의 원인이 인간이 되는, 인간으로부터 발발되는 직접적인 사건이 있은 후 피해자의 마음에서 싹트게 된다. 물론, 이외의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인간을 혐오하게 될 수도 있다. 먼저 인간혐오와 고독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1. 인간은 고독하게 살기 위해 인간혐오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2. 인간혐오를 하기 위해 고독한 삶을 산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3. 인간혐오를 당했기 때문에, 사건의 매개체인 인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독한 삶을 택한다고 볼 수 있을까?
  4. 인간혐오와 고독은 구분할 수 있는 명제인가?

우리는 두 명제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자발적 고독은 도대체 무엇이고, 어디에서부터 오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에서는 '나'의 본모습이 아닌 '남이 보는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엔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아실현의 중심인 '나'답게 살지 못하게 되면, 점차 '남이 보는 나'와 구분할 수 없게 되고 인간의 가슴엔 공허가 생기게 된다. 그렇게 커져가는 공허를 메꾸기 위한 인간의 최소 방어기제로써 자연스럽게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소로의 일화를 통해, 인간은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고독을 느낌으로써 한 발짝 옆에서 사회를 관찰할 수 있게 되고 '나'의 본모습으로 타인을 살피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남이 보는 나'로부터 생긴 공허를 메꿀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고독감이란 사회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달래야 한다는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이며, 이 고독감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는지에 따라 고독감을 느낀 후의 삶은 천지차이로 다를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인간이 자발적 고독을 추구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인간은 자발적 고독을 취함으로써 본인이 속한 사회에서 한걸음 물러나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고, '나'의 본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사회생활을 더 잘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게 된다.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낙인찍은 인간혐오자와 달리 자발적 고독을 추구하는 인간은 본인의 여러 감정과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회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더 잘하기 위해 오히려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본인이 속한 집단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기반성을 통해 통찰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고독한 대한민국

고독에 대해 교과과정으로 배우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독'을 인간혐오와 비슷한 감정 형태로 취급하고 있다. 개인주의를 근간으로 발전해온 유럽의 문화와 달리, 강력한 집단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정서에서는 집단에 참여하지 않는 인간을 철저히 배척시키며 심할 경우 적으로 간주해버리기도 한다. 다행히 요즘 인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에 대해 젊은 층의 공감을 얻고 있기는 하지만,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아직도 유효하다. 개인주의 성향을 갖는 인간들이 늘어나면서 인간은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바로 '고독'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유로운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자연스럽게 '고독'을 마주하게 된다. 고독의 위험성은 고독의 주변에는 어두운 심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독은 외로움과 아주 오래된 친구다. 고독과 외로움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경계는 없다. 고독은 외줄타기와 같으며, 잘못된 한걸음으로 인간의 감정을 심연으로 다다르게 할 수도 있다. 실제 인간의 자살률 증가 현상에는 고독감을 올바르게 다루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이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리라 본다. 우리도 고독에 대해 배워야 한다. 고독을 배워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해주는 지식의 매개체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독자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소크라테스 같은 역할을 해 주는 책이다. '자발적 고독'을 읽음으로써 고독을 배우고, 고독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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