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힘으로 인간과 자연, 사회를 이해하고 당면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푼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다.
- 본문 중에서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인생에 대한 탐구
「독서로 말하라」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간
<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차례
- 들어가는 글
- 폐문 독서와 마주하기
- 선인들의 삶에서 배우기
- 문제의식에 대해 결별하기
저자 소개
작가 노충덕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다는 이덕무를 부러워하는 독서가다.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지리를 공부하고 경기도와 충남에서 중ㆍ고등학생을 가르쳤다. 재직 중 2005 교육인적자원혁신박람회 혁신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부총리상, 2008년 제2회 으뜸 교사로 인증받았으며 근정포장을 서훈받기도 했다. 퇴직 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은 덕분에 2018년《독서로 말하라》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도깨비 책방 선정 도서에 채택되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대전일보〉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6년 만에 다시《별일 없어도 읽습니다》를 내놓았다. 현재는 직장 생활과 퇴근 후 작가를 위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스토리에서 ‘인문ㆍ교양 분야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많은 구독자와 함께 독자를 만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의문만이 맴돌았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나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굴비 엮듯 수많은 책들이 줄줄이 등장했는데,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책을 ‘많이’ 읽는 수준을 넘어, ‘압도적으로’ 읽는 사람이란 걸 말이다. 작가는 소개에서 밝혔듯 선생님 출신이 분명하다.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글 곳곳에서 그의 성향과 상당히 높은 지식수준 역시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나 문제는, 지식의 과도한 나열이 가독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구성하는 주제도 훌륭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도 매끄럽지만, 굳이 설명이 없어도 될 부분까지 지나치게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식의 조각들이 마치 흩뿌려진 파편처럼 많다. 소보루빵의 크러스트는 빵과 함께 먹어야 맛있지, 크러스트만 잔뜩 먹으면 쉽게 물리는 법이다. 무엇이든 넘치면 매력을 잃기 마련이다.
한편, 문장의 편집 방식에도 의문이 든다. 곳곳에서 ‘그러나’, ‘하지만’, ‘그래서’와 같은 접속부사가 빠진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이를 삽입해 읽어보면 문장이 훨씬 매끄럽게 이어진다. 또한 문장 간의 상호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A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B나 C로 튀는 경우가 많다.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문장이 부족하다 보니, 같은 문단 안에서도 문장들 사이의 어울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독서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함과 이질감을 겪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작가가 그동안 써온 책 리뷰를 짜깁기해 엮은 듯한 인상을 준다.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문장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연구 결과에 근거하기보다는, 특정 책 속 타인의 사례나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데도 수십 권의 책이 인용되며, 많은 문단이 책 제목으로 시작하는 것만 봐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아는 것도 많고, 책도 정말 많이 읽는다. 그의 글을 보면 그 수준이 한눈에 드러난다. 이 책 한 권에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담겨 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담긴 작가의 ‘의도’는 선뜻 와닿지 않는다. 단순히 많이 읽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읽어보니 좋더라’며 다독을 권장하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굳이 느끼자면,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깝다고 본다.
가장 아쉬운 점은, 글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문장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인용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어쩌면 이 책에서 진짜 작가의 생각이 담긴 부분은 가장 앞에 있는 ‘들어가는 글’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독서의 재미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했던 걸까? 그도 아니라면, 그저 자신의 지식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한 문단마다 인용하는 책이 달라지면서 문단 간의 연결이 끊기고, 흐름이 깨지다 보니 독자의 집중력도 흐트러진다. 진심으로 안타깝다. 나는 이것이 편집상의 실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잘 써놓은 글에, 인용을 무리하게 끼워 넣으려다 오히려 실패한 경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정수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책을 겉핥기 수준으로 인용해 버리면, 독자는 과연 그로부터 무엇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인용한 것이 아니라면, 그 많은 인용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처럼 자신을 이해하여 내면을 채우고, 타인을 이해하여 갈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독서만 한 것은 없다.
그래서 이번엔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한 나의 생각을 덧붙여본다.
첫 번째,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습관’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게 된 건 타고난 성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어린 시절 책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었던 환경 덕분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동갑내기 친구는 몇 되지 않았고, 맞벌이하시던 부모님은 늘 늦은 저녁에야 집에 돌아오셨다. 그 시절 나의 친구는 마당을 지키던 하얀 백구와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일은 친구와 노는 것과 다름없었고, 자연스럽게 독서는 내 일상이 되었다. 이제 독서는 내게 습관이 되었다. 아주 오래된, 자연스러운 습관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나는 여기서 ‘사고의 심화’와 ‘폭의 확장’을 구분하고자 한다. 단순히 독서를 통해 사고가 심화된다고 믿지는 않는다. 사고의 심화란 독서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해당 주제에 대한 본인만의 깊은 사유와 연구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대체로 타인이 만들어 놓은 지식 체계의 일부이며, 그것도 대부분은 겉핥기에 그친다. 물론 독서가 사고의 심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타인의 관점이다. 같은 현상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책에 담긴 지식이나 주장에는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있지만, ‘관점’ 자체는 각 인물이 지닌 고유한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세 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다. 독서를 통해 수많은 지식과 타인의 생각을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된다. 독서는 행위 자체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독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왜 살아가는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 앞에 놓는다. 책 속에는 수많은 타인의 삶과 고민, 사유와 감정이 녹아 있다. 그 세계를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게 된다. 그렇게 독서는 ‘나’를 발견해 가는 여정인 것이다. 세상의 진리나 정답을 찾기보다는, 자신만의 진실에 다가가는 길. 그 여정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가장 깊고 심오한 가치가 아닐까.
앞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노충덕 작가의 책 『별일 없어도 읽습니다』가 그래도 좋은 책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다 보면 문득 ‘내가 왜 독서를 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마주할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랬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책 리뷰를 써오고 있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인지—스스로에게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왜 독서를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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