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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미국은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by 세자책봉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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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질서의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자급을 실현한 미국은 세계 문제에 무관심해진다.

자유무역은 쇠퇴하고, 지정학이 부활하며, 인구 위기가 세계를 엄습한다.
미국과 멀어지는 순간 한국은 가장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 강해진 미국과 다가올 세계 무질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2022. 10. 3. 가을비가 내리는 즐거운 연휴, 상상을 현실로 옮길 차례


차례

01. 우리가 안다고 착각하는 세상
02. 이집트: 이리저리 이동하는 기술
03. 기술혁명: 원양 항해와 산업화
04. 우연히 등장한 초강대국
05. 지정학을 매수하다
06. 인구 구조의 격변
07. 셰일(Shale)의 부상
08. 다가오는 세계 무질서
09. 동반자들
10. 선수들
11. 역사가 반복되는 유럽
12. 앨버타 문제
13. 북미 마약 전쟁
14. 중국의 전쟁
15. 이주와 테러리즘


저자 소개


지은이 피터 자이한(Peter Zeihan)

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통계학, 안보 전문가.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했으며, 세계 최고의 민간 정보 기업 중 하나인 <스트랫포(Stratfor)>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2012년 자신의 회사 <Zeihan on Geopolitics>를 설립하고, 에너지 대기업, 금융기관, 농업 단체, 미군 등 주요 고객들에게 세계정세 분석과 지정학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지리학, 인구통계학, 경제학, 에너지, 정치학, 기술, 안보 분야의 전문 지식들을 결합해 고객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등이 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미국의 주도 하에 평화를 유지하던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G2인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하며 혼란의 서막을 알렸다. 문제는 세계 이곳저곳의 분쟁을 조율하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세계 질서 유지에 이전만큼 관심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미국이 세계 질서 유지 목적으로 중국과 대치하는 것이 아니다. 장차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공산주의 국가로부터 민주주의 국가를 지키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소련이 붕괴되며 끝나버린 냉전시대를 굳이 새 시대와 연관 지어 언급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미국은 기술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반도체 기업이 있는 대만을 중국에 넘기고 싶지 않아 한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듯싶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강대국들의 다툼이 이어지자 주변국들도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근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해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얼핏 하다간 우크라이나의 모습이 자신들의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3개다. 첫 번째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것이다. 물론 NATO의 가입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NATO 가입 자체는 러시아 대항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고 NATO 역시 가입국이 침공당했을 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인접국가들에게 나토에 가입하는 순간 우크라이나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자신만만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다시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실제 얼마 전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는 NATO에 가입했다.

두 번째는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언급된 국가들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방력 강화는 국가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고, 아직 충분한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한 국가는 국가 전체가 탈레반과 같은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되지 않는 한 국방력만 눈에 띄게 강화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유명 방산기업을 통해 무기를 수입해 올 수 있지만, 이 또한 역시 자금력이 충분치 못한 발트해 3국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여기서도 러시아와 인접해있다는 것은 이들에게 정말 불리하게 작용한다. 주변 국가들이 국방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러시아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돕고 우리나라의 방산기업과 3조 이상의 군수물자 공급계약을 맺는 것에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는 폴란드가 발트해 3국과 벨라루스가 완충지대로 러시아와 떨어져 있는 등 지리적인 영향이 크다. 만약 벨라루스가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NATO 가입을 외치고, 국방력을 강화한다고 해보자. 당장 한 시간 뒤 러시아의 무자비한 포격이 이어져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은, 그냥 러시아에 합병되는 것이다. 현재의 벨라루스 같이 반드시 영토와 주권의 합병을 하지 않더라도 친 러시아적 행보를 보임으로써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벨라루스는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은 것에 크게 분노하는 주변 여러 국가와 달리 거의 유일하게 친러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다. 경제력과 국방력이 뛰어나지 않은 벨라루스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나 민족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와 살갑게 지내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정세로 보면, 북한과 중국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발트해 3국 역시 벨라루스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닿아 있고, 민족적으로도 비슷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경제력과 군사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들 국가가 그 어떤 주권이나 이권을 떠나 현실적으로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러시아에 합병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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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미중간의 대만 문제가 과열될수록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위기에 놓여있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 중이고, 다른 이념을 추구하는 국가와 살을 맞대고 있을뿐더러 특히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육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이야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할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지만 만에 하나 전면전으로 치닫는 일이 생기게 된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 된다. 첫 번째는 파병 문제다. 대만 근처 미국의 든든한 동맹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면전에 파병을 요청할 경우, 섬나라이며 해군력이 강한 일본은 - 미국과 전면전을 하는 와중에 일본을 신경 쓰겠냐만은 - 중국을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응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건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여건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언제든 중국이 밀고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지금도 우리나라는 수출의 2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파병 요구에 응한다면 미국이 승리하거나 말거나 우리나라는 중국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 보복이건, 침략 명분이 되건 말이다. 또한 파병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 내의 군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북한의 기습이다. 북한은 1950년에 이미 한 차례 우리나라를 침략했다. 소련과 작당모의를 하고선 말이다. 이때 중국은 엄청난 수의 병력을 투입시켰고 연합군을 압록강 이남으로 몰아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말이 있다. 솔직히 북한의 기습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같이 죽자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북한은 자력으로 우리나라를 이기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이다. 만약 미중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중국 또한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다시 한번 북한과 손을 잡고 한반도에 인해전술을 펼치려고 할지도 모른다. 중국이 미국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러시아가 서쪽 지역을 신경 쓰느라 동쪽은 크게 신경 쓰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와 친밀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는 분명히 다른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유럽을 상대하기도 바쁜 러시아가 한반도의 정세에 개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동아시아의 땅에 피가 흐르기 시작하면 한반도의 휴전은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다시 한번 우리나라를 기습할 수도 있다.

미국이 세계질서 유지에 한 발 떨어져 관망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세계 평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유럽이나 동아시아뿐만이 아니다. 혼란은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하듯,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새롭거나 종교적 또는 민족적으로 오랫동안 곪아왔던 분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문제는 세계가 브레튼우즈 체제로 인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고, 서로가 서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원자재, 식량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자 이들의 가격이 폭증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역적인 문제가 전 세계의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다. 세계 각국은 지금껏 서로 협동하며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해상 무역을 보호해줄지도 의문이고, 이전만큼 동맹에 크게 신경을 쓸 지도 의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고, 유럽은 다시 한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덕분에 한 동안 세계질서에 큰 의미가 없어 보이던 지정학이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당장 눈앞의 삶과 생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일지라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다 보면 어느 순간 불가항력적인 관성에 사로잡혀 생존에 대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의 역사가 그랬다. 쓸모없는 당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국가는 침략을 당하기 일쑤였고, 빠릿빠릿하게 준비하던 국가들만이 위협에 대응할 수 있었다. 더욱이 아직도 전쟁 중이며 강대국에 둘러 쌓인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감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잠깐의 평화에 취해 침략당하던 역사를 다시 한번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세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항공과 해운의 발달로 시간 단위까지 줄어들더니, 심지어 이제는 스마트폰 화면 몇 번 문지르는 것으로도 서로 연결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만큼 우리는 가깝고, 빠르고, 상호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다. 덕분에 지역적 이슈들이 지역을 넘어 범지구적인 형태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서로가 가까워진 만큼 세계는 더욱 복잡해졌고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세계 경제에 투자하고 있거나, 앞으로 우리나라의 정책 수립과 관련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피터 자이한의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은 변화에 대비하는데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우연히 등장한 초강대국, ‘미국’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할 만한 요인이 있다. 바로 수로망이다. 미시시피강은 멕시코만에서 시작해서 미네소타 주 트윈 시티까지 무려 2,100마일에 달한다. 심지어 미시시피 강의 물길과 연안 수로 체계를 합하면 미국에 있는 수로 총길이 17,600 가운데 15,500마일을 차지한다. 이처럼 미국 전역은 수로를 기반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각 지역의 상품을 저렴한 운송비로 원하는 곳으로 공급할 수 있다. 더욱 압권인 것은 이 모든 것이 자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타국과 달리 수로 연결에 자본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수로나 운하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동반할 필요가 없었고, 남는 자본을 다른 곳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효율적인 자본 분배가 가능했다. 통합된 수로망 덕에 미국은 하나의 영토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운송비가 저렴하고, 연결된 운송 경로를 따라 경제적 사회적 교류가 촉진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천혜의 수로 덕분에 엄청나게 풍부한 자본을 창출하고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정치적 통일성을 달성했으며, 소비자 중심의 강력한 경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광활한 영토는 덤이다.

광활한 영토와 더불어 미국의 지리적 여건은 미국을 세계 최고의 명당으로 불리게 만들었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세계 최대의 두 교역 지대 모두에 대규모로 접근 가능한 유일한 나라다. 이로 인해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마주한 동서 양끝에 상당한 규모의 인구가 살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이로써 세계 모든 시장에 도달 가능하다. 이는 미국이 세계 최대 교역국으로 엄청난 이점을 가져온다. 미국은 언제든 자신들이 원할 때 교역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다. 만약 아시아의 경기가 좋지 않다면 대서양 연안의 유럽과 교역을 하면 되고, 유럽의 경기가 침체되면 아시아와 교역을 하면 된다. 이 같이 교역 상대를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졌을 때 비로소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세계 경제는 어김없이 경기침체에 빠진다.

 

다가오는 세계 무질서와 베이비붐 세대


브레튼 우즈 체제 이전 시대에 경제 강국들 간에 심심치 않게 일어나던 군사적 갈등은 브레튼 우즈 체제 이후 거의 없어졌다. 단, 미국의 주도 하에 실행되는 군사행동인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덕분에 예전 같았으면 강대국의 침략에 무너졌을 수많은 나라들이 번창했다. 우리나라 역시 그중 한 나라다. 지정학적 요인들이 작동을 멈추다 보니, 탐욕적인 이웃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는 수많은 국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세계는 군사적인 개발을 뒤로 경제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유럽의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경제 동맹인 유럽연합을 만들어 범국가적인 대응을 하기도 했다. 값싼 자본과 거대한 시장이 만나자 그야말로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대규모 수요가 만들어지면서 대규모 공급이 필요해졌고, 이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수출국으로 변모해 가난에서 벗어났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여 겨우 5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또한 전 세계적인 산업화와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엄청난 양의 자본과 원자재가 필요했다. 그러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많은 인력이 풍부한 자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점이 도래하자, 이들이 만들어 내던 자본은 전무해졌다. 그리고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자본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정부의 세수는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60대 이후 은퇴한 인구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가오는 인구 빈곤에 자유무역 시대의 종말이 겹치면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신용대출이 위축되고, 이자율이 증가하게 되면서, 소비활동도 급락하게 된다. 또한 고령의 은퇴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이들이 투자하던 자본은 더욱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새로운 연구개발에 쓰일 비용이 줄어들게 되고 기술변화는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는 앞으로 위축된다. 선진국 진영에서 남아돌던 자본이 사라지고 소비를 활발히 하는 인구가 줄어들면 전 세계적으로 모든 경제 주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소비주도 성장이 끝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소비를 주도할 인구가 자꾸 줄어 가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과 중국의 현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고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인구 규모가 최대이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인 중국이 곧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와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레이달리오 역시 중국이 앞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가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날 중국의 성장은 매우 놀라웠다. 그런데 중국의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중국의 지리적 여건은 유럽의 지리적 여건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초기 문명은 북중국에 위치한 황하강을 따라 형성됐다. 그런데 문제는 황하는 지금도 비가 많이 올 경우 강 유역 곳곳이 흘러넘쳐 대규모 홍수가 난다는 것이다. 또한 황하는 강바닥이 높아 운항이 불가능하다. 황하 덕분에 북중국은 정치적인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인 성장을 이룩하기는 어려웠다. 중국 중부 지역을 관통하는 거대한 양쯔강은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그런데 양쯔강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운항이 가능한 강이지만 다른 지역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중부 지역의 풍부한 자본이 자연스레 다른 지역들과 연결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양쯔강은 험준한 산악 지대를 관통하며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지역의 연속성이 없고 오히려 곳곳을 단절시켜 지역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만들었다. 덕분에 하나의 중국을 염원하는 정치적 중심지인 북중국은 분열되어있는 중국 중부지역을 통합시키기 어렵고, 통합을 하더라도 내부 분열이라는 문제를 안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남부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오늘날까지도 근근이 시위를 벌이는 두 도시인 홍콩과 대만이 바로 남부지역에 있다. 중국 남부는 엄청난 산맥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구릉과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문화적, 정치적 통일을 저해하고 자본 창출을 방해하는 요소다. 쉽게 말해 결속하기 참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북중국부터 남중국은 기후가 완전히 다르고, 열대기후인 남중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은 통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편 북부지역과 달리 남부 지역에는 주요 항구들이 모여있다. 이는 남부 지역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외국과 교류가 활발했으며, 기꺼이 외세와 협력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쉽게 말해 외국물을 많이 먹어서 동화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깨지기 쉬운 정치 중심지 북부, 경제 세력인 중부, 분리 독립할 가능성이 높은 남부로 나뉜 체제가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정치 체제에도 이러한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중앙정부의 핵심 기구는 모두 북부에 본부를 두고 있고, 북부와 중부가 번갈아가며 주요 공직 자리를 맡고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통해 살펴보면 중국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에 내륙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슬람 계열이 많은 신장위구르나 티베트도 잠잠해 보일 뿐이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의 현실은 이처럼 만만치 않다. 문제는 정치 체제나 금융 체제, 인구 구조, 미국 수출/수입 의존도를 고려한다면 중국의 현실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중국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내부를 공고히 하기도, 외부를 공고히 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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