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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by 세자책봉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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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9. 19. 콜드플레이, B&O M5 그리고 와인

나는 매사에 바쁜 편이다.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기 보단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하는 성격인 탓이다.

덕분에 회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스케줄은 가득 차 있다.

문제는 이런 내 생활을 공감해 주는 살아있는 인간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것들은 거의 내 생활과 성품에 대한 의구심 가득한 뒷이야기인데, 주로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
의 입에서 나오는 그 언사는 누구보다도 회사생활에 충실히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하고 한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내 주위에 나와 비슷한 인간이 단 한 명 있다.

내 인생을 통 틀어서도 오직, 단, 무조건, 한 사람.

차마 실명을 밝힐 수 없는 내 하나뿐인 그 사람은 나랑 지나칠 정도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

인생관, 식습관, 음악 취향, 취미, 분위기 등...

같은 핏줄을 타고났다고 의심되리만치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실상은 서로 다른 유전자를 물려받은 인간임엔 틀림없다.

오늘, 공통된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그 사람과 저녁밥을 먹게 되었다.

비슷한 경향인 탓인지,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깊이는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만큼 깊었으며 대화 주제의 폭은 시
베리아를 횡단하는 열차만큼 넓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무겁고, 각박하고, 척박하고, 외로운 현실 속 나와 유일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뽐내는 존재와의 대화는 운동으로 생긴 굳은살처럼 철저히 외부적이고 사회적인 고통으로 본의 아니게 단련되어 굳어진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지게 해 주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것 같다.

내가 지금 외로워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다고.

물론, 내가 느끼는 감정에 그것에 대한 지분이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외계인이 가득한 우주를 유영하다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를 만난 것만 같은,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마음속 위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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