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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19.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by 세자책봉 2021.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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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저,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2021

최초 작성일 2021.07.11

2021. 07. 11. 높은 습도로 뿌옇게 변해버린 창가에 앉아..

구밀복검(口蜜腹劍): 「입으로는 달콤함을 말하나 뱃속에는 칼을 감추고 있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친절(親切) 하나 마음속은 음흉(陰凶)한 것.
베이징이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전략 목표는 대미 동맹 해체이며, 중국이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노리는 주요 국가가 호주와 일본, 한국이다. 베이징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갈라놓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 한국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용하는 주요 무기는 교역과 투자다. 베이징은 '경제 책략', 정확히 말해서 '경제 협박'의 명수다.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정치적 양보를 받아낸다.
- 서문,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기숙사에서 살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의 일이다. 매 학기가 지날 때마다 본인이 원하는 동호수를 선택하여 살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기숙사에서는 늘 좋은 방을 선택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치열했고, 이 덕분에 매 학기가 지날 때마다 방을 옮겨야만 했다. 어느 날은 여자 친구의 이사를 도와주기 위해 앞으로 이사할 곳으로 짐을 옮기고 있는데 이를 어째, 이사할 방은 방바닥에 한가득한 먼지와 때 그리고 안방 행세를 하고 있는 쓰레기들로 인해 진정 사람이 사는 곳인지 버려진 창고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청소를 한참이나 도와주고 나서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그 방을 사용하던 사람이 중국인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도 시끄럽고 방을 워낙 더럽게 사용한다고 몇 차례 민원이 들어왔다고 하여 내부적으로는 꽤나 유명한 학생이었다. 여하튼, 여자 친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정의감이 불타오르기도 했거니와 이에 대한 불만도 표시할 겸 기숙사 관리 홈페이지에 '중국인들 제발 방 더럽게 쓰지 말고 기숙사 관리소에서 관리 좀 해라'라는 내용으로 짧은 글을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 중국인 학생회장이 나와 면담을 요구한다는 관리소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중국인 학생회장은 나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내 앞의 책상을 때리며 강압적인 태도로 왜 그런 글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올렸냐고 화를 냈고, 나는 어이가 없어 그냥 두 눈 부릅뜨고 그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중국인이 상황을 중재하고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 중국인들에게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중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에 대해 여러 차례 강력하게 의견을 표출했고 긴 대화 끝에 결국 중국인 학생회장은 그들의 잘못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학생 관리를 잘하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면서도 모든 중국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며 나의 글이 중국인 전체를 욕하는 것처럼 느껴져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우리는 화해의 제스처로 서로 악수를 하며 헤어졌고 깨끗하게 마무리되었지만 나에게 이 사건은 다음 학기에 교양강의인 '중국의 문화와 역사' 수업을 듣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중국 그리고 중국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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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의 학자 겸 작가인 클라이브 해밀턴은 '중국의 조용한 침공'을 통해 오늘날 중국을 이끌고 있는 공산당 즉, 중공의 갈수록 거대해지는 영향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전술로 상대 국가를 서서히 잠식해 나가는 중국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21년 7월 현재 진행형인 호주와 중국의 외교 절단 문제에 근간이 되는 현대역사의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요즘 호주와 중국이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궁금한 사람들에겐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이 내용은 대한민국 공영 방송사인 KBS의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을 통해 잘 정리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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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에서 발췌한 몇 가지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 소개는 최대한 자제하겠다.  


  1. 중국 지도층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만들고 있다.
  2. 현재 중국 사회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고 공산당의 통치를 정당화 하는 것이 민족주의다.
  3. 중공 즉, 공산당은 인민의 머릿속에 애국 사상을 주입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다.
  4. 중공은 자국민에게 중국의 역사를 통제하고 날조하고 있음(동북공정 이슈 포함, 최근엔 호주 역사 날조까지)
  5. 중공은 국가적 감시 및 사회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음.
  6. 중공은 거대하고, 유능하고, 독재적이고, 기본권에 무관심하고, 자유주의에 분노하고, 서구를 질투함.
  7. 중공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서구의 '약한 고리' 즉,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무너뜨리는 전략을 시험하는 장소로 본다.
  8. 중공은 이미 뉴질랜드는 포섭했으며, 이제는 호주의 개방적이며 포괄적인 사회에 침투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음
  9. 중공은 호주의 전임 총리나 전임 외무장관, 전임 주총리들을 적극적으로 환대하여 친중파 세력으로 포섭시키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음(전 세계적으로도)
  10. 중공은 해외 중국인들을 포섭하여 당의 지원을 통해 해당 지역의 중국인들을 관리하고 있음.
  11. 중공은 해외 중국인들 특히 대학생과 학자들의 행동을 철저하게 감시하며,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강압적인 처벌을 행사하고 있음.
  12. 중공은 서구의 중국어 매체를 인수하여 해외 중국인을 통제하고 있음
  13. 중공은 해외 중국인들로부터 서구의 기술력을 빼내 자국의 발전을 해오고 있음
  14. 중공의 해외 중국인들은 '재력을 갖춘 숙련된 인재로 쓰이고, 전 세계에 걸쳐 베이징을 지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며 초국가적인 충성심을 갖추고 고도로 조직화된 종족 민족주의 세력이 될 것을 주의해야 함.
  15. 중공은 해외의 대학과 연구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얻어지는 기술들은 특히 중국의 인민군의 전투력 향상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되고 있음. 즉, 지적 자산을 강탈하고 있음.
  16. 중공은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해외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으며, 이는 해당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유발해 경제적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음.(우리나라도 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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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왼편엔 중국, 오른편엔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지리적인 특징으로 정치적으로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 실리를 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중립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다(물론, 극단적인 정치세력의 영향으로 한쪽으로 치우칠 수는 있다). 어느샌가 지방에서는 차이나 타운 건설을 위해 너도나도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화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연예계 세력이 등장했을 뿐 아니라 호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연구소라는 미명 하에 친중 활동을 펼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방송가에서는 거대한 중국 자본이 침투해 중국의 역사왜곡을 앞장 세우는 드라마를 만들어 거센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막무가내식 중국기업의 PPL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렇기에 작금의 중국과 호주의 갈등은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이 겪게 될 하나의 시나리오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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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세계화, 선진국으로의 전환, 과학기술력 및 군사력 등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래 최고의 위상을 누리고 있는 요즘 이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중국에게 빼앗길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과대망상적일 수 있겠지만, 역사는 반복될 것이며 우리 또한 언젠가 중국과 갈등이 극에 달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시대의 영롱함에 취해 다가올 미래에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짧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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