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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 아는 맛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영화 <야당>

by 세자책봉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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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전개와 진부한 클리셰로 가득하지만, 이 영화가 유독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미 비틀려버린 현실 속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정의의 구현’을 대리 만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지금 이 시대가 원하고 또 필요로 하는 이야기다.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에 딱 들어맞는 서사와, 그에 어울리는 캐릭터들을 시의적절하게 배치한 점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위공무원, 정치권, 재계 간의 유착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모두가 부도덕하다고 인식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은 그 구조에 맞설 힘조차 없이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이상과 실제 세상은 다르며,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만큼 명확하고 견고하다.

이처럼 잘못을 알아도 말할 수 없고, 틀렸음을 알면서도 외면해야 하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갈망하게 되는 것은 결국 ‘정의의 실현’이다.

영화 <야당>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한편, 영화 <야당>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 요소 중 하나는 단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다.

특히 주인공 '이강수' 역을 맡은 강하늘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능숙하고 맛깔스러운 연기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할 만큼 강한 흡입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과거 tvN <인생술집>에서 MC 신동엽에게 사케 '온나나카세'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모습은 참 소박했는데, 사람을 완전히 잘못 봤다.

최근 들어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가 또 있었던가?

 

또 다른 주인공인 검사 '구관희' 역의 유해진 배우는 말 할 것도 없다.

냉철함과 절박한 감정을 오가는 연기가 단연 일품이다.

그런데 왜 자꾸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옛 속담이 떠오르는 걸까?

작가의 의도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했던 박해준이 연기한 경찰 ‘오상재’ 역이 아닐까 싶다.

돈보다 명예를 택한 공무원답게,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닌 경찰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사건이 전개되며 변화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참 좋은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해준 배우의 목소리 톤이 정말 매력적이다. 갖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대단한 스토리 전개나 장면 연출, 감정의 흐름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직설적인 이야기와 이를 밀어붙이는 강한 직진성이, 영화의 여러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훌륭하다.

바야흐로 챗GPT의 시대, 쇼츠의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어렵고 은유적인 것보다, 거침없이 드러내는 직설적인 것을 선호한다.

한 번 더 생각하기보다, 생각 없이도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유행하는 시대.

그런 점에서 영화 <야당>은 복잡한 시대 속, 두 시간의 명쾌한 휴식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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