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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알기

주어가 없는 공급망 이슈, 어디부터 어디까지?

by 세자책봉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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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각종 매체에서 가장 많이 다루던 이슈 중에 하나는 바로 공급망 이슈다. TV를 켜도 공급망, 라디오를 켜도 공급망, 유튜브에서도 공급망, 주변 사람들도 공급망. 공급망 이슈 때문에 반도체가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아하, 그렇다면 공급망 이슈는 반도체 공급망 이슈인가? 그런데 어째서일까 많은 사람들은 공급망 이슈 앞에 반도체를 붙여 '반도체 공급망 이슈'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공급망 이슈라고 한다. 입 밖으로 꺼내는 말의 대부분은 반도체와 관련된 공급망 이슈인데 말이다. 무언가 함부로 주어를 붙일 수 없는 정도의 이슈인 건 확실한 듯하다. 도대체 공급망 이슈가 무엇인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1. 공급망? 공급망 이슈?

우리는 흔히 시장경제를 표현할 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사용한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공급은 시장에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급망이란, 시장에 상품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인프라 혹은 시스템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결국 요즘 자주 등장하는 공급망 이슈는 시장에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말이다. 작금의 공급망 이슈는 공급난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상품의 많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의미한다. 원활하던 공급망이 붕괴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고, 무엇의 수요와 공급이 부족한지,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살펴보자.


2. 공급이 부족한 이유

① 코로나 바이러스

  - (팬데믹)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로 전 세계는 일시 정지했으며, 수요와 공급은 최저치로, 주가 역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됨.

  - (인력난) 코로나의 유행을 막고자 세계 각국은 봉쇄·폐쇄 정책을 펼쳤고 관련 이들은 모두 격리를, 코로나에 걸린 이들은 치료를, 걸리지 않은 이들은 검사를 받다 보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만한 인력풀이 급격하게 줄어듦.

  - (물류난) 코로나 유행의 최약점은 국가와 국가를 오가는 항공·해운 등 물류 업계이며, 글로벌 무역이 어려워지자 물류 인프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됨.

  - (공급난) 기업들은 인력을 구할 수도 없거니와 팬데믹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장의 가동률을 최저치로 유지.

→ 전 세계적인 코로나 유행으로 인력난, 물류 인프라 봉쇄, 생산 공장 가동률 저하 등으로 공급이 어려워짐

②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 (우한시 봉쇄) 코로나의 최초 발원지, 우한시에는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00개 이상의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음.

                      우한시 주요 산업 : 첨단기술(광전자, 기술, 제약, 생명공학 등) 및 현대식 제조(자동차, 철강 등) 분야

  - (선전시 봉쇄) IT제품의 세계적인 허브 도시로 폭스콘(아이폰 위탁 제조), 화웨이, 텐센트, ZTE, BYD 등 기업 소재

                      선전시 주요 산업 : IT기술 및 IT제품 제조 분야(중국 실리콘밸리)

  - (상하이 봉쇄) 중국 최대의 경제 도시, 경제 수도, 전 세계 최대 컨테이너 물동량을 가진 물류 허브

                      상하이 주요 산업 : 물류(해운) 분야

→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세계는 제조업과 물류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됨(공급난 가중), 중국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 급증세

③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중국 등 최소 61만 5,000개 기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원자재 공급을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네온 및 팔라듐 등의 수입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음(미국은 네온 공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전 세계 팔라듐 수요의 33%를 담당).

→ 2020년대부터 시작된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된 이유

  - (에너지 가격 상승)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주요 원유 수출국으로 특히 유럽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G7 및 EU의 러시아 SWIFT 제재 및 미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제재로 천연가스 및 원유의 공급에 차질이 생겨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게 됨.

→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전 세계 항공·선박의 운송비용과 생산비용이 증가되었고 공장 및 물류 정상화에 악영향

  - (곡물 가격 상승)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공급의 30%를 차지하고, 해바라기씨유의 주 생산국으로 전 세계 공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등 세계의 곡창지대인데, 두 국가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곡물 공급에 어려움이 생겨 곡물 가격이 급등하게 됨.

 유럽 식물성기름협회는 유럽의 해바라기씨유 재고는 4~6주 치로 발표, BBQ 치킨값 상승의 주원인(팜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도 팜유의 자국 내 의무 할당량을 20% > 30%로 상향하여 수출 규제 강화)

  - (비료 가격 상승) 러시아는 전 세계 비료 공급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염화칼슘·인산염 등 비료 원료의 주요 수출국이나 러시아는 미국과 EU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내 비료 생산업체들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함. EU는 염화칼륨 수요의 27%를 벨라루스에 의존했으나, 러시아 침공을 지지한 벨라루스에 염화칼륨 수입을 중단함.

 곡물 가격 상승과 더불어 식품에 대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 :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왼쪽 위> 천연가스 선물 가격, <왼쪽 아래> WTI유 선물 가격, <오른쪽 위> 북미 비료 가격 지수, <오른쪽 아래> 미국 밀 선물 가격

④ 기업의 투자 감소

  - (설비 투자 감소) 공급난 이슈를 예측한 기업들이 공급업체에게 제품의 주문량을 늘렸지만, 실제 소비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공급업체에 반환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공급업체가 늘어난 주문량을 믿지 않게 되었고 설비에 투자를 주저하게 됨. 일부에서는 고객이 물량을 전량 소비하지 않을 경우, 공급업체에게 반환하는 계약을 맺기 때문.

가짜 주문량이 많아지며, 생산량 급감을 우려한 생산 기업들의 설비 투자 감소


3. 문제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 그래프, 미국 노동부 제공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심화

  - (물가 상승)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품에 대한 품귀현상 발생. 대표적으로 2021년 요소수 대란. 공급망 이슈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기존의 물가상승 기조에 기름을 부은 꼴.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7.9%가 상승하여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유럽의 2월 소비자물가 또한 5.8% 상승하여 199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

코로나 경기 방어책으로 미 연준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양적완화를 시행했으며, 이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고 공급망 이슈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됨

  - (경기 침체) 코로나로 인해 노동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으며, 공급망이 이슈로 물가가 상승해 소비 위축과 기업의 생산 및 투자활동을 저해하고 있음.

 인플레이션 + 경기 침체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심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불경기(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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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재 상황

<왼쪽> GSCPI 지수,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 <오른쪽> 아세안 5개국 제조업 PMI 지수

① 각국의 수입 의존도 절감 노력

  - (리쇼어링, Reshoring) 공급망 이슈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품에 대한 기술 또는 생산 자립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특히 국가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의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 리쇼어링(Reshoring) 주목.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려는 이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역시 리쇼어링 중

  - (에너지 의존도 감축) 천연가스와 원유의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EU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단계적 감축에 합의함.

회원국별 에너지 의존도 및 입장이 상이하기 때문에 단계적 감축으로 합의

② 공급망 이슈 해소 움직임

  - (GSCPI 지수 감소 추세)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인 GSCPI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음

  - (미국 고용 지표 개선) 미국의 2월 신규 고용 수가 시장 예상치보다 큰 폭으로 개선되며, 노동력 문제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 (아세안 5개국 생산 증가) 글로벌 수출시장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공급망에 중요 역할을 하고 있는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산업생산이 양호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음

  - (제조업 PMI 기준치 상회) 아세안 5개국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 및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지수)가 지속적으로 기준치를 상회하며 생산 문제가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 줌

공급망 압력 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고용 지표가 개선되는 등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면서 공급망 이슈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됨

*리쇼어링(Reshoring) :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 해외로 이전한 기업이 다시 자국으로 회귀하는 일

*GSCPI(Global Supply Chain Pressure Index) :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 운송 비용·국가별 제조 비용 등을 반영해 공급망 혼란을 계량화

5. 결론

공급망 이슈 장기화 우려는 여전

  - (공급망 이슈 장기화) 코로나 백신 접종 증가 및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공급망 이슈가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되었으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하기 시작하면서 공급망 이슈는 장기화될 전망으로 보임.

  - (공급망 이슈는 시장 전체 공급망에 대한 이슈) 주로 영향을 받은 분야가 반도체일 뿐, 특정 국가에게는 해당 수입 의존 상품에, 전 세계적으로는 모든 분야에 공급망 이슈가 존재함.

 


주요 키워드

1. 반도체 공급 이슈는 이전부터 있었고, 코로나 유행 이후 전 세계 공급망 자체에 이슈가 발생(인력난, 물류난, 공급난)

2. 공급망 이슈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생산 감소, 물류비 증가 등 물가 상승 우려 가중)

3. 세계 각국은 공급망 이슈에 대응하고자, 가능한 자국 내 기술 개발 및 생산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 중(리쇼어링)

4. 코로나 백신 접종 증가 및 사망자 감소 등으로 공급망 이슈는 단기적으로 해소될 것 같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공급망 이슈는 장기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임

 

참고자료

중국 컨테이너 운임 지수(CCFI)

북미 비료 가격 지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아세안 5개국 제조업 PMI

미국 고용 지표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GSC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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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책봉의 경제알기는 계속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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