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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by 세자책봉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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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 교수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물리 그리고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경계를 넘은 물리학자의 좌충우돌 여행기이자,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도책이다.
- 김상욱(저자)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인간
원자에서 인간까지

한 권으로 관통하는 삶과 과학의 향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2023. 08. 21.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밤을 지샌 청춘들을 생각하며

차례

1장.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2장. 내 이름은 원자
3장. 물질을 만드는 세 가지 방법
4장. 물리학의 관점으로 본 지구
5장. 핵과 별 그리고 에너지의 근원
6장. 기본 입자가 빚어내는 우주의 신비
7장. 생물은 화학 기계다
8장. 생물은 정보 처리 기계인가
9장. 최초의 생명체와 진화
10장. 다세포 생물에서 인간까지
11장. 우리는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는가
12장. 나는 존재한다, 더구나 생각도 한다
13장. 느낌과 상상,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


저자 소개

작가 김상욱

이 책의 저자인 김상욱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포항 공과 대학교, 카이스트,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서울 대학교 BK 조교수, 부산 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자물리학을 연구하고 예술을 사랑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다정한 물리학자다. 고등학생 때 양자역학에 매료되어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양자물리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 <떨림과 울림>, <뉴턴의 아틀리에> 등이 있다. 전문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계를 넘어 대중과 호흡하며 과학, 특히 양자역학을 통해 본 세상이 얼마나 놀라운지 널리 알리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시 한번 경계를 넘어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학이 새로운 시대의 교양이 될 수 없는지 묻는 저자는 이 시도를 통해 차갑게만 느껴지던 우주가 물리학자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바다 건너 제국의 도시 중 하나인 오사카에 있는 군수공장에 강제로 끌려갔던 스물두 살의 청년은 제국이 패망할 기미가 보이자 공장의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그곳을 탈출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다음 날 청년은 손에 쥔 비상금을 몽땅 털어 마련한 밀항선으로 부산에 도착했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즉생의 각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니, 당시에 제 발로 살아 돌아온 청년을 맞이했을 가족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청년이 서른여덟 살이 되던 해, 그의 네 번째 자식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이는 유난히 사회성이 좋았고, 형들과 누이를 잘 따랐다. 그런데 열여덟 살 무렵 아이의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영면했다. 부모의 때를 완전히 벗기 전이라 충격이 컸으리라. 그렇게 모진 현실과 각박한 세상을 겪은 아이는 곧 번듯한 청년이 되었다. 청년은 앞으로 먹고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상경했다. 비록 소심함에 마음 한편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부푼 자신감과 젊은 패기가 그를 이끌었다. 그러나 청년이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던 찰나, 가족들의 권유로 홀로 살고 있는 아버지를 모시게 되었고, 그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넓은 하얀색 도화지에 그려질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던 청년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던 청년은 아버지의 권유로 대전 인근의 계룡이 고향인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마른 체형의 청년과 달리 다부진 몸을 갖고 있었고, 소심함에 말을 절던 청년에 비해 유수하고 논리 정연한 말솜씨를 자랑했다. 또한 그녀는 동시대 여인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진취적이면서도 자기 주관이 확고했다. 청년은 자기의 의지보다 주변의 권유에 쉽게 수긍했던 자신과 정 반대의 기질을 가진 그녀가 놀랍고, 또 신기했다. 아마 청년이 보기에 그녀에게서 빛이 뿜어져 나왔으리라. 첫 만남부터 청년은 그녀에게 압도당했다. 그렇다. 청년은 그녀에게 반한 것이다. 그렇게 청년은 그날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를 뜨던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으로 저랑 안 만나주면 여기 못 나갑니다!

 
그렇게 나의 탄생에 대한 기원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는 왜 인류의 기원을 알고자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류의 기원이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인류에게 자기 인식과 소속감을 바탕으로 인생의 목표와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며, 개인과 사회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체성이 인류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바로 애국심이다. 어째서 인류가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지표면의 경계에 불과한 국가라는 거대한 합의에 감정이 생길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그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그것이 곧 자신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타국으로 입양 보내진 자식들이 친부모를 찾는 것. 자신의 조상을 찾는 것. 모두 다 같은 이유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첫 번째 정체성을 형성한다. 두 번째는 국가다. 인생에서 필요한 사회적 영역에서의 정체성은 대부분 이 두 가지로 충분하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인과적 사고에 물들여진 인류의 갈증을 충족시키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듯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인류는 결과적 존재인 인류를 만든 태초의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기원에 대해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비록 '인류는 박테리아다'와 같은 허무의 영역일지라도 말이다. 뿌리가 존재하는 것. 인류에 소속된 이상 인간이 자신의 뿌리로부터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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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인류의 기원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언가 특정한 결과에만 매달리기엔 세월의 흔적이 남긴 증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찾은 결과로써도 그것이 기원이거나 최소한 기원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인지조차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학자들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현재로서 밝혀낸 것은 박테리아로부터 서서히 진화하던 생물이 특정한 시점마다 급작스런 내·외형적 진화를 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특정한 시점이라는 표현은 해당 진화에 아무런 증거도 발견해내지 못한 시점이라는 뜻과 같다. 원체 궁금증이 많은 학자들로서도 그 특정한 시점에 대해 밝히고 싶었지만 끝내 밝힐 수 없었다. 그리고 학자들은 이것을 진화의 '창발적 특성'이라 이름 붙였다.
 
'창발적 특성'이란 상위 관계에 하위 관계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돌연히 출연하는 것을 의미하는 과학적 표현이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바꾸자면 길을 걷다 번개에 맞을 정도로 '매우 확률이 낮다'는 말이고, 문학적으로는 '우연히'라는 말과 같다. 슈퍼컴퓨터로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이것을 우연히 벌어진 사실이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초라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자들이 결코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너무 어려워 아직 제대로 된 인과관계를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학습 알고리즘에도 인류의 창발적 특성과 비슷한 '블랙박스'라는 것이 있다. 블랙박스란 인공지능이 머신러닝 학습의 결과물로 A를 도출해 냈다고 할 때, 그것을 인공지능이 어떻게 도출했는지, 무엇을 근거로 도출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머신러닝 학습은 인간 뇌세포인 뉴런의 형태를 갖는 학습코드를 여러 층(Layer)으로 조합해서 만들기 때문에, 조합을 하다 보면 도무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학습환경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그것을 만들어 낸 개발자라도 결과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을 블랙박스라 부르기 시작했다.
 
인류 탄생의 창발적 특성과, 인공지능의 블랙박스. 셀 수 없이 많은 가지 영역에서 오직 단 한 가지의 결과물. 단 한차례의 우연. 수백, 수천억 분의 일의 확률. 어쩌면 흘러간 시간의 멱살을 붙잡아 다시 뒤로 돌릴 수 없는 인류가 진화의 창발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신러닝 학습 알고리즘의 블랙박스 영역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혹시 아는가? 인공지능 학습 알고리즘 코드를 완벽하게 이해하면 인류의 창발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김상욱 교수의 책 <하늘과 별과 바람과 인간>은 시적인 제목에 비해 그렇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책장을 덮은 뒤에도 잔잔한 여운이 남아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책이다. 책에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중고등학교 수준의 여러 과학이론이 등장한다. 평소 과학과 거리가 멀었더라면 내용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김상욱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대의'를 잃지 않는다면 그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김상욱 교수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문자를 있는 그대로 볼 것이 아니라, 문자가 함유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비로소 그것을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아직도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ATP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내가 이해하고 있는 사실은 우리 몸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창발적 특성에 따라,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난 것은 엄청난 우연의 결과이고,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엄청난 우연 일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원자로 시작해 원자로 끝나는 인생이 아니던가. 우리는 결국 흩어져 없어지지만 우리를 구성하고 있던 원자는 드넓은 우주 어디론가 흩어져 또 다른 생명의 구성이 되길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아주 우연히 진행될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우연히. 그저 우연히.

Control, Controllable (통제할 수 있는 것만 통제하라)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모두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취해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감을 맛봤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인위적인 영향력을 주려 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을까? 아니면 우리는 원래부터 온갖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우연으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이럴 땐 그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정답일까?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한 것 같다. 이럴 땐 시간의 흐름에, 우연에 맡겨보자! 굴곡진 나의 삶을 다시 한번 초연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만들어준 교수님께 감사를 표한다.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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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김상욱 - 교보문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물리학자 김상욱이 전하는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알쓸인잡〉의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이 5년 만에 신간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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