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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유로운 국가에서 발전한 그렇지 못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세자책봉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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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편적 믿음과 가치, 상실과 사랑, 그리고 삶의 질서와 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적극 추천드립니다. 
 

'어류'라는 범주가 이 모든 차이를 가리고 있다. 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덮어버리고, 지능을 깎아내린다. 그 범주는 가까운 사촌들을 우리에게서 멀리 떼어놓음으로써 잘못된 거리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상상 속 사다리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제일 윗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 룰루 밀러(저자)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룰루 밀러의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다른 세계는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3. 08. 08.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인류에 대하여...


차례

1.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
2. 어느 섬의 선지자
3. 신이 없는 막간극
4. 꼬리를 좇다
5.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6. 박살
7. 파괴되지 않는 것
8. 기만에 대하여
9. 세상에서 가장 쓴 것
10. 진정한 공포의 공간
11. 사다리
12. 민들레
13.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저자 소개

작가 룰루 밀러(Lulu Miller)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과학 전문 기자로, 15년 넘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NPR의 공동 기획자이고, 뉴욕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으며, <뉴요커>, < VQR>, <오리온>, <일렉트릭 리터러처>, <캐터펄트>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다.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험프백락(Humpback Rocks)이다.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으로,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삶에 관한 우화처럼 읽히는 경이로운 책이다. 


서른 살이 되는 게 이리도 힘들 줄이야. 두 달 전만 해도 서른한 살이었던 내가 지금은 스물아홉 살이 되었고, 11월이 되면 다시 서른 살이 된다. 불과 몇 달 간격으로 나의 정체가 이렇게나 빨리 변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나이를 중시하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적응이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이를 묻기보다 생년을 물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몇 살... 아니 몇 년생이세요?"
 
다시 한번 서른이 될 수 있다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일까. 일단 공식적으로 어려진다는 건 기분이 좋았지만, 그것 이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만 같았다. 어려지는 건 내게만 해당되는 의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때 내게는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반드시 포르쉐를 타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무참히도 실패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기회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줬으니, 그걸 지키라는 의미일까라고 생각해 봤지만 여러 정황상 그건 아닌 듯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일전에 처음 서른 살이 되면서 했던 생각이었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서른 살이 된 선배들을 놀렸던 건 정말 못할 짓이었구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변해가는데, 자신이 변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하는 꼴이라니. 참 우습다. 서른은 내게 겸손을 일러주었다. "성훈이 형 미안해!"
 
명확한 이유 없이 힘들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올 해를 맞았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지난날의 감정들이 사춘기의 성장통처럼 말끔히 사라졌고, 어딘지 모르게 많은 것들이 정리된 느낌이 들었다. 기이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고, 정신적으로도 삶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받아들일 것들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모조리 내려놓았다.
"Control, Controlable"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지구 중심을 향하는 중력처럼 한 방향으로 삶에 탄력이 붙던 내게 최근 들어 안 좋은 일이 여러 번 발생했다. 그나마 내가 괜찮은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꽤 큰 충격을 받았을 법한 일도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여전히 삶에 대한 방향성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발생한 일들로 정신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 매일 5km 달리기를 하며 머리통을 비워내도 한 번 들러붙은 심적 스트레스는 한순간에 깔끔히 없어지질 않았다. 우울하거나 슬픔에 잠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큰 충격에는 나의 반응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감정이 휘몰아치진 않았다.
 
가장 힘든 건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태어나길 독립성이 강한 개체여서 어지간해선 타인에게 의지하는 법이 잘 없었다. 부모님도 여자친구도 내게 의지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의지할 곳을 찾는 걸 보니 참 어지간한 일에 휩쓸린 건 맞는 듯했다. 물론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지는 가슴 탓인지는 몰라도 그것에 마음을 둔다고 해결될 일처럼 보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이야기를 공유할 사람 정도는 있으면 좋을 텐데, 이야기할 만한 상대를 찾기가 이렇게나 힘든 일이라니. 이것이 바로 서른 살의 참 맛일까? 결국 나는 아직도 무언가 의지할만한 대상을 찾지 못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일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그런데 이 책의 저자 룰루밀러는 달랐다. 룰루밀러는 자기 인생의 가장 힘든 곳에서 의지의 대상을 찾았다. 그녀는 그녀의 실수로 7년 간 이어지던 결혼생활을 접어야만 했고, 그렇게 삶의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삶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석에 이끌리듯 의지할만한 대상을 마주했다. 그 대상이 바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창립 총장을 역임한 어류학자였다. 그녀가 그에게 끌렸던 이유는 그가 죽음을 제외한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과 삶의 집요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와 달랐다. 그는 자연의 시기로 인해 몇 번이나 시간의 역사와 함께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좌절하지 않았고, 덤덤히 그것들을 수습하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는 선명한 삶의 목적 아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에게서 그녀는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삶을 살 수 있길 희망했다. 그는 그녀에게 의지의 대상이자, 선망의 대상이었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녀가 진짜 그의 실체를 알기 전 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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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희망이 없던 인생에서 의미를 찾게 해 준 인물을 탐구하다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의 존경의 대상이자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새로운 어류를 찾는데 일생을 보냈다. 그는 인류역사상 그가 발견한 것보다 더 많은 종을 찾아낸 학자는 없을 정도로 분류학, 특히 어류학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런데 만약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태껏 그가 한 일은 무어란 말인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만큼 목적을 향한 순수성 혹은 무결한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마 그녀는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믿음이 무너져 내릴 때 그것을 가만히 앉아 목도하기에 인간은 너무나 편집적이기에. 그래서 그녀는 무어라도 찾아야만 했다. 자기의 신념이 옳다는 증거가 될만한 무언가를 말이다. 하지만 이어가던 연구에서 그녀는 더욱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어류'라고 하는 미묘하게 뒤틀린 분류법은 잘못되었으며, 이것은 무질서한 자연에 인간을 최정점에 놓으려는 간약한 시도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미국에 우생학을 들이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으로부터 태동해 바다를 건너지 못했다면 자연스레 묻혀 사라질 수 있었던 이론이 미국을 강타했다. 비록 기원한 것은 아니지만, 우생학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정책화되었고, 미국인들을 냉혈 하게 선별·분류하기 시작했다. 기준에 충족되지 않은 이들은 강제로 죽임을 당하거나 생식 기능을 탈취당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927년 '캐리 벅'이라는 여성이 법원의 판결에 의해 강제로 불임시술을 받게 된 사건이 있다.
 
가장 자유로운 국가에서 그렇지 못한 믿음이 주류 이론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유를 향한 길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일까?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어째서 미국이라는 국가에 '아름답다'는 표현이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다. 미국은 아름답지 않다.
 
흔히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말한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발전한 우생학은 끝내 극단적 우생학으로 무장한 홀로코스트 나치 독일을 만들어 냈고 미국은 이것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 이후로도 미국은 나치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원조했던 소련과 냉전시대를 겪었고, 지금은 자국의 성장을 위해 자유경제시장에 편입시켰던 중국과 싸우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여태껏 자유라는 이념을 지키기 위해 숙적과 전쟁을 했지만, 한편으로 자신들이 키워낸 대항마와 싸웠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이 지금껏 감당하고 있는 것은 나치독일과 소련이 아니라 자유라는 이름의 대가다. 미국은 결코 아름답지 않지만 자유를 지켜냈기에 아름다운() 국가로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연구를 이어가던 룰루밀러가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건 한때 자신의 존경의 대상이었던 인물이 아닌,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서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수용소에 갇혀 자신의 의지에 반한 불임화를 당한 애나는 아직도 정신적·육체적 상처를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그녀와 동거 중인 친구 메리와 함께 말이다. 비록 그녀가 일반적인 이들과 조금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우생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그녀와 메리가 만들어가는 삶의 궤적은 결코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지구에 태어난 모든 종류의 생명체와 같이 그들 또한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서로를 보살펴가며 거친 세상을 함께 견뎌내고 있을 뿐이었다. 우주적 관점으로 먼지에 불과한 인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중요하다. 누구에게? 우리 서로에게.
 
그럼에도 여전히 우생학은 존재한다. 극단적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해 흑인들이 공격당하는 일이 하루에도 수 차례 벌어지고, 길거리를 걷던 아시아인이 흑인에게 폭행을 당하고 총을 맞기도 한다. 심지어 이제는 인종과 상관없이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또는 무작위적으로 누군가를 혐오해서 발생하는 일들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언어표현만 우생학에서 인종차별로 바뀌었을 뿐 본질적인 것은 여전하다. "No Racism!"


사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미워하는 것도 일부분 이해가 간다. 특히나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면 더욱. 하지만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니던가. 어디부터 상처를 치유해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갈등의 골은 생각보다 깊지만, 그렇다고 해결하지 못할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에겐 가장 강력한 무기가 있다. '자유'라는 무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굳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 앞에서 폭력과 갈등으로만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같은 문제를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을 선택할 수 있기에 우리가 인간인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자유가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다.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회가 되길. 그렇게 살다 보면 지금은 의지할 사람이 없는 내게도 언젠가 서로를 의지할만한 사람이 생길지도. 인생에 대한 겸허한 교훈을 주는 책이다. 룰루밀러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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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교보문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저의 바람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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