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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 홍선기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by 세자책봉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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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그게 문제였다. 삶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긴장감과 절박함이 사라져 버린 탓이다. 실패는 한숨을, 성공은 하품을 불러왔다. 너무 이른 나이의 축배는, 남들 눈에는 선망과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일지언정, 당사자에게는 독이 든 성배였다.
- 스물여섯에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한 주인공 케이시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누구나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케이시

하지만 그는 정작 그 가슴속에 무언가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성공, 연애, 그리고 삶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23. 07. 01. 왜 굳이 일본일까 궁금했다. 그는 일본이 아니면 에세이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 그렇다면 이건 내가 보기에 에세이다.


차례

01. 가즈키 - 런던에서 만난 인디와 살라

02. 케이시 - 자기 암시 기법

03. 가즈키 - 도쿄, 지유가오카

04. 케이시 - 인간쇼핑

05. 하츠네 - 달빛과 별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06. 케이시 - 셀프헬프

07. 가즈키 - 지금은 어떤 만화를 그리고 있나?

08. 하츠네 - 성병이 아니라 성매개감염증

09. 케이시 - 대신, 조건이 있어

10. 하츠네 - 사과는 상대가 용서해 줄 때까지

11. 케이시 - 하지 못한 질문과 듣지 못한 대답

12. 가즈키 - 인형의 집

13. 케이시 - 봄에는 이롭고 가을에는 해로운

14. 유    메 - 노르웨이의 숲

15. 케이시 - 작은 방심의 대가

16. 유    메 - 쇼윈도 부부와 왕자님

17. 하츠네 - 앞치마를 두른 아빠

18. 케이시 - 두 개의 고장 난 시계

19. 유    메 - 비 오는 날에도 즐거운 일은 있으니까

20. 가즈키 - 어린 사슴의 보은

21. 하츠네 - 지속 가능한 건강한 부부 사이

22. 케이시 - 뉴욕, 맨해튼 42번가 타임스 스퀘어에서

23. 가즈키 - 우리에게 맞는 옷

24. 케이시 - 윌리엄스버그에 사는 여자

25. 케이시 - 반복되는 상실의 시간

26. 케이시 - 기나긴 이별

27. 케이시, 가즈키 그리고 하츠네

 


 저자 소개

 

작가 홍선기

25살 첫 창업 이후로 사업 13년 차, 몇 번의 실패와 성공을 거쳤는지 세는 것조차 쉽지 않은 30대 프로 실패러. 2006년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입학해 20만 원으로 세계일주를 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을 출간했으며, 이후 30만 원으로 설립한 ‘우리유통’을 시작으로 공유문화기업 ‘애스크컬쳐’, 공유 공간 ‘루프탑 카페하루’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를 운영했던 프로 실패러이자 N잡러. 한때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청 주관 YES리더로 선정되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하는 ‘융합 한류 지원사업’ 파트너사로 선정되는 등 K-컬처를 선도하는 스타트업 대표로 글로벌 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또한 스탠퍼드, 와튼, 뉴욕 프랫,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와 UC버클리 등 해외 명문 대학에서 앞다투어 초청하는 최고의 강연자로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었다. 주요 저서로는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 <실패의 실력>,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가 있다.


새벽 5시 30분. 지난 저녁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린다. 머리는 너무나도 무겁고 몸은 일어나길 거부하지만 습관처럼 손은 스마트폰 화면을 문지른다. 알람을 멈추기 위해 미리 지정해 둔 위치로 가 사진을 찍는다. 그제야 알람이 멈춘다. 사방은 다시 고요해진다. 창 밖은 거대한 안갯속이다.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공원 주위로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처럼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다시 몸을 뉘일까도 싶지만, 알람이 맞춘 게 아쉬워 어떻게든 잠을 깨워본다. 출근버스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남짓. 냉장고에서 잠자던 물을 꺼내 한 잔 마신다. 잠이 깬 냉장고가 제 몸에 달린 거대한 팬을 움직인다. "웨에엥". 창가에 앉힌 노트북을 켠다. 새벽에는 미국에서 재차 금리를 인상한다는 어투의 인터뷰가 있었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그들이 내가 원하는 말을 할 때까지 두 눈을 뜨고 지켜보는 것 밖에는. "이제는 금리 인상을 멈춰 주시와요". 나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신에게 기도하는 행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모든 것이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세계에는 완전한 것도, 완벽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시간의 굴레 속에 갇혀 제 멋대로 본질과 형태를 달리한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그런 건 없다. 이 시대의 본질은 과거에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미래에는 다른 의미의 본질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대로 살기 때문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일 뿐. 코페르니쿠스가 나 홀로 지동설을 외치던 중세시대의 본질은 지구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태양이 중심이 되었고, 앞으로는 태양이 중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주위를 구성하는 것들을 살필 때 시간이라는 축을 반드시 집어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흘러가며 한 생명의 불씨가 점차 소멸할 때 저편에선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발아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부여한 의미와 본질 또한 계속해서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고, 그것들을 향한 이해와 탐구에는 새로운 영역이 드러 선다. 정해진 것은 없다. 시간과 함께하는 우리는 언제나 불확정에 둘러싸여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불확정 속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그 속에서 확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니,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한치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곧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생존 본능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매개 삼아 또 다른 의미의 확정을 찾아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을 자기의 길로 덤덤히 이끌어가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식해야 한다. 여기서 비교우위를 점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주체는 오로지 본인이기에 자기 자신의 결을 찾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여기에 남들과 비교하면서 그들은 어떻고 저들은 저렇고 하는 것은 오로지 나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온종일 고된 일을 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워 있으면 언제 그런 일을 했었냐는 듯 개운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온몸으로 대상을 마주하고 난 뒤에 찾아오는 내면의 평화랄까? 비로소 내가 이 일에 대한 나의 감정을 알게 되었고, 이것에 대한 나만의 확실한 기준과 판단이 생겼을 때의 그 감정. 내가 나를 알게 되었을 때의 충만함이란 이런 것이다. 이건 노동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싫은 감정마저 나의 것이 되어 불안함과 공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내면이 충족된 상태다. 나를 포함한 인간들은 자기를 위한다면서 실은 온갖 허세와 비교우위로 스스로를 감싸고는 정작 자기에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자신을 신경 쓰는 척,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척, 척 척 척.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존에 유리하다고 하는 것은 일본의 닌자나 아랍의 하사신처럼 암살조직원이 임무를 수행할 때나 하는 말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자꾸 수박 겉핥기만 하는 식의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들은 그만하고, 온 힘을 다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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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엔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을 맛본 뒤 일찍이 생을 마감한 유명인들이 많다. 천재음악가 너바나의 커트코베인,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회장 등 세상은 이들을 우울증으로 요절했다고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그들이 어떠한 연유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이 책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의 주인공인 '케이시' 역시 그들과 비슷한 선택을 하려 한다. 그는 스물여섯의 나이에 거대한 부를 이뤄냈지만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해 서른 살이 넘도록 방황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친구인 가즈키에게 소개받은 소개팅 앱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보지만, 결국 아무도 그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남부럽지 않은 외형적인 모습과 달리 속은 아주 썩어있는 그 이다.

 

그의 삶은 주로 그보다는 그와 관계를 맺는 주변인들을 통해 채워진다. 본인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거나 본인에게 집중하는 일이 없고, 끊임없이 타인을 신경 쓰고 바깥세상만을 뒤지고 다닌다. 그가 하는 것이라고는 다른 사람을 데리고 데이트를 하거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 그리고 가끔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뿐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그가 남들에게 하는 여러 행동들은 그것이 진정 그의 성격인지, 남들에게 그럴싸하게 보이는 척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기도 한다. 단편적인 얘기로 취미로 꽃꽂이를 하고,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행동들은 내가 아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주로 하는 것들이다. 내가 느끼기에 그는 자신이 원래 그렇다며, 이건 그저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라는, 거짓 변명을 내세우며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아직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삶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모습이다. 특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으로 살아가야 한다. 특별하지만 남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그렇게 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허무와 공허만을 남길뿐이다. 유퀴즈에 출연한 배우이자 모델 차승원 님은 제작진의 '지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난 평범한 삶이 될 수 없다. 난 평범한 삶은 포기했다. 단, 조금 무탈하게 하루하루가 지났으면 좋겠다.

유퀴즈에 출연한 배우이자 모델 차승원 님, 출처 하단 참조


홍선기 작가의 책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는 부로 귀결되는 성공에 대한 의문과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주인공인 케이시, 그리고 친구인 가즈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성공은 돈으로 귀결되지 않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행복을 얻기 어려운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성공을 통해 재물과 사회적 지위를 얻은 케이시는 역설적이게도 내면의 공허를 얻었고, 아직 가진 것이 부족하지만 내면의 확고함과 든든한 여자친구가 있는 가즈키는 행복을 얻었다. 행복은 내면의 충족과 소중한 인간관계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둘 중 한 가지만 있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돈만 가지고는 행복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연 케이시는 영원히 공허하고, 가즈키는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지구가 멸망할지 모르는 일이란 말이다. 주어진 상황에 좌절하지도, 너무 행복해하지도 말자. 슬프면 슬픈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감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보자.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삶을 향한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작가의 지난 책 <실패의 실력>을 꽤나 인상 깊게 읽었던 독자로써, 이번 책 역시 적극 추천한다.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사진 참조 :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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