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교육의 권위자인 작가 권재술 님의 책 <우주를 만지다>입니다. 과학과 문학이 절묘하게 결합된 우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지평선, 자연과 우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도 지평선이라는 것이 있다.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지만 우리가 그 사람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에게도 지평선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너머를 볼 수는 없다. 수평선 너머 바다를 볼 수 없고, 지평선 너머 땅을 볼 수 없고, 사건 지평선 너머 블랙홀을 볼 수 없고, 우주의 지평선 너무 우주를 볼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지평선 너머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 권재술(저자)
과학자,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모두가 극찬한 책!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우주를 만지다>
차례
1장. 별 하나 나 하나
2장. 원자들의 춤
3장. 신의 주사위 놀이
4장. 시간여행
저자 소개
작가 권재술
저자 권재술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과학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동대학의 총장으로 재임했으며,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한국물리학회 물리교육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학에서는 과학교육론과 상대론을 강의했으며, 초중등 과학 및 물리 교과서를 다수 집필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과학교육론>과 <우리가 보는 세상은 진실한가>가 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친구들은 과학 중에 물리가 가장 어렵다며 물리를 싫어하고, 물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제물포(쟤 때문에 물리 포기)라며 뒤에서 욕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작가 권재술 님의 글을 보니 그건 학생시절 우리들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 때 친구들이 '물투'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했었다. 수강인원이 전교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명이 채 안 되는 물리2 과목을 선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내가 물리2 과목을 선택한 건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누구나 두 가지 과학과목을 열심히 공부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냥 물리1을 배우고 있었으니까, 물리2 과목을 연이어 배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다. 나의 평상시 모토인 겸사겸사처럼, 이것도 겸사겸사 그렇게 된 것이었다.
학생시절에는 사실 물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을 위한 학문이지 같은 근본은 전혀 몰랐다. 솔직히 말해 그런 건 알 필요가 없었다. 내가 알아야 할 건 일단 중요한 이론을 통째로 외우는 것과 문제로 주어진 방정식을 풀 때 틀리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에 담긴 의미 같은 건 시험점수로 우리들을 나열하는데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김상욱 교수님이 나오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물리학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시작은 정확하게 나영석 PD가 연출한 알쓸신잡에서였다. '우주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 더 나아가 '인간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한 이론' 이것이 물리학이었다.
물리학과 관련된, 그러니까 특히 우주를 다루고 있는 여러 책들을 읽어보면 항상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중 첫 번째는 책에 담긴 내용들이 거의 중복된다는 것이었다. 우주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들 이를테면, 인플레이션 이론이라던지 하는 것들은 늘 등장하는 주제였고, 양자론과 관련된 내용들, 그리고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닐스보어,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들 역시 거의 대부분 등장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공통적으로 느꼈던 건 예상외로 책을 쓴 작가들이 물리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다루고 있음에도 참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구나' 그리고 '서정적이고 감성적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물리라고 하면 어떤 물리적인 실체, 현실에서 돌을 던지는 문제 같은 것들을 다루는 지루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작가들이 그것과는 정 반대의 성질을 가졌다는 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칼 세이건을 생각해 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능한 부분이다. 저 어둡고 황량한 우주 속에서 보이저 1호를 통해 지구를 촬영하며 그 사진을 두고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칭할 만한 사람이 감성적이지 않다는 건 바다에 물이 없다는 것만큼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 읽은 책 <우주를 만지다>의 작가이신 물리교육의 권위자 권재술 작가 역시 칼세이건만큼 예민한 감성을 지닌 분이라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목차에서부터 우리는 작가님의 물리학자이자 교육학자로서의 역량을 눈여겨볼 수 있다. 별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가볍게 시작을 하다가 점차적으로 원자, 빛, 양자론, 블랙홀, 시간여행 순서로 넘어가는 걸 보면 작가님이 물리교육을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 담인 가장 주요한 포인트이자 이 책이 다른 우주론 또는 물리학 책과 구별가능한 건 바로 한 주제마다 끝맺음으로 볼 수 있는 작가님의 '시'다. 놀라운 것은 이 시가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다는 것이다. 책에 담겨있는 시는 그냥 한 페이지를 채우려고 퍼포먼스식으로 만들어 놓은 시가 아니다. 분명 시에는 작가님의 진심이 담겨 있고, 작가님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걸 시를 읽는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 시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든 어엿한 책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시를 구성하는 구절에는 주제를 함축시켜 그것을 관통시키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역시도 대단히 놀라운 부분이다.
한 가지 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얘기하자면 설명이 매우 친절하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물리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누구나 알 것 같은 얘기라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경우 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작가 된 입장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독자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다. 그런데 이 책 <우주를 만지다>가 정말 괜찮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물리학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읽더라도 충분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간혹 생소하거나 처음 듣는 표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작가님은 그런 것들을 정말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은 책의 2장 '원자들의 춤 - 아보가드로 수의 비밀'을 읽을 때였다. 작가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세계를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로 구분한다. 미시세계는 원자 세계의 수준을 말하고 거시세계는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세계를 말한다.
그러더니,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구분하는 숫자가 바로 아보가드로 수다.
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물리1과 물리2 과목을 배웠고 대학에서 물리학 기초수업을 이수했다. 하지만 그 어떤 교과서나 관련 서적에서도 나는 이렇게 쉽고 명료하고 간결한 설명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배웠던 건 1몰(mole)에 있는 분자의 수가 아보가드로 수이며, 그 수는 6.02x10^23승 개라는 것. 그뿐이었다. 이 수에 담긴 의미 같은 것은 아무 데도 없었고, 그저 비커에 담긴 액체의 분자 수를 구하라는 문제에 사용되는 상수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 <우주를 만지다>는 다르다. 딱딱한 이론을 이리도 쉽게 설명해 주니 책이 술술 읽히지 않을 수가 없다.
화성으로 가겠다는 일론머스크의 계획을 선두로 우주를 향한 인류의 노력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2024년이다. 정말 이제는 '우주에 진입하는 것이 이렇게 별 일이 아니게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주학 그리고 우주학의 가장 기초학문인 물리학으로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것은 비단 관련 학문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그렇다. 얼마 전 오스카 상을 휩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만 봐도 그렇다. 또한 TED 강의, 유튜브를 보더라도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김상욱 교수, 궤도 등 학계의 인사들이 업로드한 물리학 관련 동영상에 찍힌 조회수는 여느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을 정도다. 감히 예언하나 하자면 조만간 우주와 관련된 예능프로그램도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많은 관련자분들이 여전히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그들이 아무리 쉽게 물리학을 설명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 전분야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중들의 관심과 별개로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버리니 그 관심을 유지하는 것 역시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과학계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다.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면, 과학을 문학과 잘 버무려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우주를 만지다>는 너무나도 영리하게도 과학을 이야기로써 학문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잘 풀어 설명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술술 읽히는 건 내가 이런 류의 책에 익숙해서라기보다는 책을 그 정도로 잘 써놓은 작가님의 공이 크다. 이 책이 물리학의 대중화에 충분히 공헌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그런 연유에서다. 책 <우주를 만지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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