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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32

당신이 이 글을 읽은 시간 '1초'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세상에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우리가 술자리에서 이리도 할 이야기가 없었던 것인가 싶은 마음도 잠시. 나는 전두엽과 대뇌를 거치지 않은 대답들을 마구 뱉어내기 시작했다. 생명의 탄생, 천둥과 번개, 죽음, 교통사고, 살인사건, 강풍, 찰나의 눈빛 교환, 무언의 압박, 주가의 상승과 하락, 주위의 온도 변화, 숨 들이마시기, 몸 안의 수많은 세포들의 산소 결합, 위스키의 증발, 물고기가 낚싯대의 미끼를 무는 순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아무런 글쓰기, 다리 꼬기(해보니까 1초면 되긴 되더라), 충전기에 꽂혀있는 태블릿으로 음전하들이 이동하는 시간, 탈취제 한 번 뿌리기, 에어컨 온도 조절하기, 핸드폰 지문인식 하기, 마지막으.. 2022. 4. 8.
내가 도둑맞은 물건 . 참 애플만큼 애증관계에 있는 브랜드도 없다.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1학년.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6월 어느 날의 일이다. 나는 얼리어답터를 표방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꽤나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섭렵해오고 있었다. 당시 유명했던 브랜드로는 한때 전자사전으로 유명했으나 유행이나 기술이 점점 뒤떨어지고 있던 샤프, 대표작인 미키마우스 MP3를 비롯해 전자사전과 MP4로 이름을 날리던 아이리버,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했던 PMP 끝판왕 코원 등이 있다. 아, 무언가 빼먹은 게 있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 이 시절 오늘날 십만전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삼성의 브랜드인 옙(YEPP)에서 만든 MP4를 뛰어넘어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목을 끌던 .. 2022. 3. 27.
진정한 나를 찾아서(Find My True Self) . 성격이 괴팍한 곳에 있던 지난 3년을 되돌아본다. 그곳은 인간이 현현한 이 세상엔 스스로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새로운 일들로 가득했다. 충만했던 존재의 이유가 어느덧 불완전함에 침식당해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었던 하루를 보내기를 반복. 그곳은 저녁에도,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울리던 휴대전화를 손으로 쪼개버리고 싶을 만큼 인간에 대한 존중과 권위는 각자의 이기심에 의해 잊힌 섬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의 권위 따위는 이미 건축물의 지반을 다지는데 콘크리트와 같이 파묻혀버렸음을 수 번이나 짐작했다. 당연히 최소한의 정당한 권리는 요구할 수 없었다. 때로는 이곳에는 인간이 있기에 기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기계가 있기에 인간이 존재할 수 .. 2022. 2. 25.
미래를 위해 산다는 것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기상,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 여느 때와 다름없는 퇴근을 반복하길 어느덧 3년. 그동안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굳이 내 의식의 존재를 떠오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숙해졌고, 일상은 그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퇴근 후엔 주로 운동, 독서, 공부를 병행하며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편이다. 업무로 지친 정신과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집중하는 일은 정말 어렵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가만히 기다리며 자아를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퇴근 후 잠들기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네 시간 남짓.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는다. 요즘은 독서에 집중하고 있기에 읽던 책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편다. 아, 책을 읽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이 .. 2021. 12. 18.
우리 안의 가상인간 나이가 서른 살에 가까워져 갈수록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결혼은 언제 하려고?', '만나는 친구는 있고?' 평소에 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저런 질문밖에 못할까 생각함과 동시에 목구멍까지 올라오던 독침을 집어삼킨 뒤 한마디 뱉는다. '예... 뭐 잘 만나고 있습니다. 때 되면 하려고요' 근데 사실 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만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만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 불편한 대화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위의 상황에서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타오르는 불에 마른 장작을 집어넣는 것과 같고, 물고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떡밥을 뿌리는 것과 같다. 이는 곧 .. 2021. 10. 23.
될놈될 안될안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특히 나태함)를 이겨내고 주어진 삶을 충실히 영위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이고, 누군가는 보다 숙련된 자아를 얻기 위해 골백번 되뇌고, 누군가는 특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수천번의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그들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시간은 그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즉,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맡겨진 시간을 그 누구보다도 촘촘하고 타이트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소비하며 최대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들은 매 순간 몰려오는 잠을 이겨내기 위해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고, 쉬고 싶고 눕고 싶어 하.. 2021. 10. 7.
브런치와 함께 춤을 다디단 꿈속에서 일어나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문질러 흔들리는 진동센서를 잠재운다. 덕분에 같이 흔들리던 고막 안의 청세포들도,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 진동이지만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도 제 상태로 돌아온다. 이미 충분히 떠오른 해가 비추는 창 밖을 보며 기지개를 시원하게 켠다. 쭉 쭉. 이때, 마치 팔 한쪽이 세상으로 떨어져 나갈 듯이 잡아당겨 줘야만 한다. 그렇게 잠을 방해하지 않을 수준의 절제된 움직임으로 인해 한껏 웅크려 있던 근육들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다. 이제 몸은 마실 것을 찾는다. 이미 물은 시원하게 냉장고에 숙성되고 있다. 가끔 냉장고에 물이 다 떨어졌음에도 채워 넣지 못한 날이 있으면 이상하게도 시원한 물의 온도만큼이나 시원한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것만 같다. 꿀꺽꿀꺽. 입 안의.. 2021. 10. 1.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나는 매사에 바쁜 편이다.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기 보단 남는 시간에 뭐라도 하는 성격인 탓이다. 덕분에 회사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스케줄은 가득 차 있다. 문제는 이런 내 생활을 공감해 주는 살아있는 인간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것들은 거의 내 생활과 성품에 대한 의구심 가득한 뒷이야기인데, 주로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 의 입에서 나오는 그 언사는 누구보다도 회사생활에 충실히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하고 한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내 주위에 나와 비슷한 인간이 단 한 명 있다. 내 인생을 통 틀어서도 오직, 단, 무조건, 한 사람. 차마 실명을 밝힐 수 없는 내 하나뿐인 그 사람은 나랑 지나칠 정도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 인생관, .. 2021. 9. 20.
무게 . 인생의 무게 인가? 아니다. 인생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느낌이 든다. 관계의 무게 인가? 아니다. 관계만으로 보기엔 또 너무 좁은 느낌이 든다. 중력의 무게 인가? 오... 맞을 수도 있겠다만, 과학적인 얘기일 뿐 의미 전달은 잘 안 되는 것 같다. 무엇에서 기인한 것일까. 느닷없이 느껴지는 이 무게는. 드라이브를 하다 하염없이 평온해진 머릿속 갑자기 훅 들어온 묵직한 삶의 궤적.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인다. 이 기분을. 이 무게를. 이 삶을. 그렇다. 삶의 모든 것들이 너무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 . 2021.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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