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심

될놈될 안될안

by 세자책봉 2021. 10. 7.
728x90
2021. 10. 5. 번개 드로우의 주인공은 언제 될 것인가. 결국 나는 안될 놈인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특히 나태함)를 이겨내고 주어진 삶을 충실히 영위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이고, 누군가는 보다 숙련된 자아를 얻기 위해 골백번 되뇌고, 누군가는 특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수천번의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그들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시간은 그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즉,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맡겨진 시간을 그 누구보다도 촘촘하고 타이트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소비하며 최대의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그들은 매 순간 몰려오는 잠을 이겨내기 위해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고, 쉬고 싶고 눕고 싶어 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운동을 하고, 놀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간신히 잠재우며 공부를 한다.

물론, 나열할 수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자신의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위한 모든 행위들이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그것이 목표했던 것이든 아니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것을 얻게 되고 만다. 아니, 어쩌면 얻을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것을 얻게 되는 것을 두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한 가지 말이 있다.

역시 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안된다.


줄여서 '될놈될, 안될안.'

'될(성공할, 성취할) 놈은 뭘 해도 될 놈'이라는 뜻과 함께, 화자 스스로에게는 '나 같이 안될 놈은 뭘 해도 안된다'는 자조 섞인 분위기가 포함되어 있는 말이다.

최근엔 현 세태를 풍자하기 적절했던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행처럼 사용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본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말이 될 놈이 될 때까지 피땀 흘린 과정에 대한 존경심은 집어던진 채 된 자(人)의 성취에만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함인 이유는, 되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모든 노력의 과정들을 걷다가 우연히 길가에 떨어진 지폐를 줍는 행위처럼 그저 운이 좋은, 그저 쉬운 일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만약 길가에 떨어진 지폐를 줍기 위해서 걷고 있었다고 얘기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단순히 쉬운 일을 했다고, 운이 좋았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최소한 걷는 노력이라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상황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더 나아가 때로는 이 말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될 놈'이 했던 노력의 과정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될 놈'에게 자기 비하와 질투심 가득한 말을 내뱉기도 한다.

"진짜 쟤는 뭘 해도 되는구나", "쟤 어차피 잘해", "쟤는 못하는 게 없어", "쟤는 다 잘해", "쟤는 나보다 잘해"

감정 섞인 말투가 배제된 글자임에도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그렇지 않다.

아마 우리는 이런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경험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당신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최소한, 남의 노력을 부정하는 당사자보다는 치열하고 고통스럽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그런 과정을 보내고 있기에 이 글로써 나와 만났을 거라 믿기 때문에.

그렇기에 갖은 노력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미 '된 놈'이거나, '될 놈'이 될 우리의 치열함을 '될놈될, 안될안.' 여섯 글자로 포괄해버리는 시도는 -그나마도 의미가 제대로 담기지 않기에 더욱- 자칫 칭찬처럼 들림에도 실은 불편하고 찝찝한 느낌만 들게 할 뿐이다.

오늘도 무언갈 성취한 주위 사람을 상대로 '될놈될, 안될안.' 명제를 시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명심하라고 일러주고 싶다.

될 놈의 되는 결과는 겉으로 보기에 우연처럼 보일지라도 지극히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물론, 별다른 노력 없이 타고난 운명으로 또는 부정적인 방법으로 '된 놈'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소수가 아닌 대부분의 노력파들이 '된 놈'이 될 수밖에 없던 필연적인 것마저 우연으로 치부해버리면 곤란하다.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이상으로 열심히, 고통을 이겨내며, 엄청나게 노력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이런 노력들은 대부분 우리 시야에서 벗어나 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위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라는 표현이 괜히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 누군가의 성취한 겉모습만으로 노력에 대한 가치를 함부로 부정하고 폄하해선 안된다.
.

.
노력한 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옆에서 바라만 보는 입장이라면,

그저 그동안 고생했다는 진심 가득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아 물론 노력한 자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제발, 말만 하지 말고 합당한 만큼의 물질적인 것도 제공하길...

짧은 글을 마친다.

▶사진출처: 차이 카드 앱, 번개 드로우 실패 장면 캡쳐

반응형

'진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를 위해 산다는 것  (2) 2021.12.18
우리 안의 가상인간  (0) 2021.10.23
브런치와 함께 춤을  (0) 2021.10.01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0) 2021.09.20
무게  (0) 2021.08.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