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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건 꼭 사야 해!” 소비사회 시대정신,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by 세자책봉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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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런의 저서 중 가장 흥미로운 책이다. 그는 당대에 두각을 드러내며 아주 탁월하게 미국 사회를 풍자한 사회 비평가이다.
- 타임(TIME)

과시적 소비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비판한 경제학 고전

<유한계급론>

2023. 06. 24.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큰 의미를 두고 살지 않기로 했다.


차례

제1장. 서장
제2장. 금전적 경쟁
제3장. 과시적 여가
제4장. 과시적 소비
제5장. 금전적 생활수준
제6장. 금전이 좌우하는 취향의 기준
제7장.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의복
제8장. 노동 면제와 보수주의
제9장. 태곳적 특징의 보존
10장. 현대 사회에서 발견되는 용맹성의 흔적
제11장. 행운에 대한 믿음
제12장. 독실한 종교 예식
제13장. 비-차별적 이해관계의 잔존물
제14장.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고등교육


 저자 소개

 
저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

미국출신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겸 경제학자.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사회사상가라는 평가를 받는 베블런은 1857년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1880년 미네소타의 칼턴 칼리지를 졸업한 후 존스홉킨스 대학과 예일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891년에는 코넬 대학의 대학원에 입학하여 경제학자 제임스 로플린 밑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베블런은 로플린이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장으로 초빙됐을 때 그를 따라 시카고 대학으로 옮겨갔고, 39세에 전임강사가 되었다. 베블런은 시카고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 자신의 경제이론을 개발하며, 왕성하게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1899년에 그의 첫 책 <유한계급론>을 출간했다. 그는 상류계급의 과시적 소비를 신랄하게 비평한 이 책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비록 내가 권위 있는 철학자나 연구 활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나 헤게모니가 될법한 철학 같은 것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엔 ‘그런 건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 답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직도 니체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고, 개인들은 개인의 자유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류역사 속 그 어떤 종교도 이뤄내지 못했던 거대한 믿음으로부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비겁한 논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고민은 그나마 이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2023년. 극지의 얼음이 녹고, 바다에는 거대한 태풍이 일고, 육지에는 난데없는 더위와 우박이 쏟아지는 대 기후위기의 이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근거 없는 낙관적인 미래를 점치며 끊임없는 성장과 경제적 전망으로 부에 대한 욕망만이 남은 ‘소비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소비시대는 말 그대로 소비하는 시대를 뜻하며, 행위자인 인간이 지구에 있는 유무형의 형체를 띈 온갖 구체적인 대상들을 끊임없이 소비하거나 최소한 그렇게 하려는 경향을 지닌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는 것 자체부터 소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살기 위해 음식물을 소비하고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진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모든 행위는 소비를 위해서 시작되고, 소비함으로써 종결된다. 하지만 소비가 종결되는 순간 인간은 또 다른 소비를 위해 움직인다. 그것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갈구일 수도 이미 가졌음에도 더욱 갖고 싶은 탐닉일 수도 있는데, 사실 이런 구분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떠한 마음으로 소비를 하든 간에 당장 소비를 해야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소비하는 행태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을뿐더러,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에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300만 년도 더 된 인류 역사에서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뿐만 아니라 책 <유한계급론>의 저자인 소스타인 베블런까지도 굳이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라고 칭하면서까지 시대를 읽게 된 데에는, 인간의 소비가 단순 소비의 영역에서 과소비의 영역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인간이 과소비하는 행태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과거 북아메리카의 콰키우틀 부족이 벌이던 포틀래치(상대에게 선물을 주며 벌이는 축제)는 부족 간에 벌어지던 과소비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먼저 한 그룹이 상대 그룹에게 위엄과 의례를 갖춘 엄청난 규모의 선물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받은 상대방 그룹은 일정 기간 내에 그 선물에 상응하거나 가능하면 그보다 더 많은 답례를 해야만 했다. 만약 답례를 하지 못하는 그룹은 자신의 그룹이 상대방보다 우월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답례를 해야만 했고,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 그룹은 서서히 지위를 잃고 다른 그룹에 포섭되었다. 또 다른 유명한 사례도 있다. 고대 로마의 귀족들은 독특하게도 목욕탕에서 파티를 열었는데, 목욕탕의 한 구석에는 구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음식을 먹다가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구토를 하기 위한 장소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먹기와 구토를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이처럼 과소비, 즉 과시적 소비 행태는 시대의 흐름에 조금씩 그 행태를 달리 했을 뿐, 인류의 역사에서 결코 벗어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과소비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는 무엇일까?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 따르면 소비, 특히 과소비 행위의 본질적 동기는 개인 간의 차별적 구분에 따른다. 수렵생활로 끼니를 이어가던 시대에도 사슴을 사냥하던 인간과 달리 호랑이를 사냥할 수 있는 인간은 부족원들로부터 더욱 인정을 받았고 존경을 받았다. 남들과 구분되는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호랑이를 사냥한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호랑이 이빨로 만든 목걸이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다녔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는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이제는 더 이상 수렵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남들과 차별 지을 수 있는 경쟁적 의미에서 수렵생활은 곧 경제적 생활이 되었다. 인간들은 서로 간의 경쟁력을 부의 획득과 소유를 통해 판단하기 시작했으며, 인간들은 다양한 형태로 부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탁월함을 드러내고 있다. 과시물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대개 그들이 탑승하는 차량이나 시계, 옷가지 등으로부터 서로를 차별적으로 구분한다. 현대에 가장 급속도로 성장한 산업 중 한 가지가 명품산업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잘 모르겠으면 LVMH 차트를 보길 바란다.

그런데 이 같은 과시적 소비행위는 현대에 와서 더욱 심화된 양상이다. 현대를 대소비시대라고 표현할 정도로 만인은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은 것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이것은 물론 기술발전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나 생활수준이 극적으로 향상되어 누구나 과소비를 할 수 있는 시대적 요인이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부족단위 또는 부족을 대표하는 부족장 간에 벌어졌거나 귀족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과시적 경쟁들이 지금은 고작 개인 간의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고작 일 년 동안에도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순위가 몇 번이고 뒤바뀌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집약된 사회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늘 상대방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경쟁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현대인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집단대 집단이 아닌, 개인과 개인 간의 대결로 세분화되었으며 이것은 곧 개인의 소비 역시 경쟁의 한 분야로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소비가 경쟁이 되어 버린 사회다. 타인이 소비한 것은 나도 소비해야만 하고, 내가 소비한 것은 최소한 타인이 소비한 것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가치여야만 하는,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소비하거나 유행하는 소비가 있으면 반드시 따라 해야만 속이 풀리는 사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타인의 것보다 비교우위를 점해야만 하는 현대인들은 죽을 때까지 거대한 돌덩이를 굴리는 형벌을 받은 시시포스처럼 소비의 굴레에 갇힌 채 뼈가 땅에 묻힐 때까지 소비를 계속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연해진 극단적 소비행태의 주요 원인에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거칠 것 없이 흘러내린 상류문화의 전이현상도 한몫한다. 베블런에 따르면 유한계급은 그들이 구경꾼이 없는 곳에서 즐긴 여가에 대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증거를 제시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SNS다. 현대인은 소득이 적은 최하층민부터 지구 전체 부의 80% 이상을 가져가는 최상층까지 모든 계급의 일거수일투족을 SNS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불과 반세기전만 해도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알 수도 없던 상류층의 문화는 모든 계층으로 전파되었고, 이것은 상류층이 되고 싶은 많은 이들의 물질적 허영심을 너무나도 손쉽게 자극했다. 저녁에는 소주보다는 위스키를 마시고, 주말에는 광활한 잔디밭에서 골프를 치고, 오마카세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 지 오래다. 더욱이 이러한 것들은 따라가기에는 벅차지만 그럼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일상의 소비를 대체해서라면 일 년에 몇 번쯤은 간신히라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기에 다른 상류층 문화들에 비해 전이의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그렇게 경쟁적 소비의 행태와 맞물린 상류층 문화의 가속화된 전파는 일반인들의 소비를 한층 격해진 부담감과 함께 부추겼고 끝내 SNS를 허세와 자기 자랑으로 물들였다.

일반인이 상류층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득을 크게 늘려 상류층이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상류층의 문화를 따라 하며 상류층인 척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압도적 후자다. SNS에 허세가 가득한 이유는, 돈이 없어도 외제차를 몰아야 하고, 거주하는 집은 끝내주는 경치를 가지고 있고, 시그니엘 호텔에서 샤넬백과 함께 멋진 프러포즈를 받아야 하는 바로 그 이유는, 그렇게 하는 자신이 곧 유한계급임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자기기만일지라도 말이다. 인간이 이토록 자기기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여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따라 인간의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못하는 일이 없다. 그 수많은 유전자들로 이루어진 집합체인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과시의 근본은 부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곧 현대사회에서 생존능력이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이기에 처음에는 단순히 친구들과 교류를 위해 만들었다는 SNS가 결국 자기 과시의 현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SNS를 하는 사람입장에서 SNS를 하는 사람치고 자기 과시를 하지 않는 사람은 단연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본인은 정말 친구들과 오로지 소통을 하기 위해 SNS를 한다는 사람들은 조용히 손을 내려도 좋다. 괜찮다. 누구에게나 다 그럴싸한 명분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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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관점에서 유한계급론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현대는 예일대학의 다니엘 마코비츠 교수가 말한 Meritocracy Trap 즉,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기술과 노동 집약적인 현대 산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이다. 작금의 기업의 생존은 얼마나 능력 있는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 기업의 흥망성쇠가 인적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서 대체로 유한계급에 해당하는 기업의 CEO 조차도 과거와 달리 일을 게을리할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유한계급이지만 여유롭지 못한 그들을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완전히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분명 여가를 즐기는 것도 일반인이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즐기지만, 그들은 그 어떤 일반인들 보다도 더 열심히 일하고 많은 시간 일하고 있다. 테슬라의 CEO 일론머스크가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씩 일을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유한계급의 특성이 일부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유한계급이라는 형태의 관념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그것은 오히려 유한계급에 속한 사람들보다 유한계급이 아니지만 유한계급이 되고 싶거나 유한계급인척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는 점점 극단적 자본주의를 향해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부를 확장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들이 대부분이 되었고,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는 드라마를 중간에 끊어버릴 정도로 끊임없이 광고를 하며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모든 행위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되었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하는 건 예삿일이 아닌 지 오래다. 그만큼 현대에는 부를 향한 무조건적인 욕망이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오히려 기꺼이 추구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 세상의 생존자들은 살아가기 위해 이를 적극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에 꽤나 유용한 이론이다. 등장한 지 한 세기가 지난 이론이 현대 사회의 여러 기이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하다. 베블런은 전공인 경제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동원하여 사회 현상을 꿰뚫고 있는데, 독자로 하여금 이것을 통해 현대 사회 현상의 복잡성과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학과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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