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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 니얼 퍼거슨 <시빌라이제이션>

by 세자책봉 2022.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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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뒤처져 있던 문명이 선진 문명을 따라잡게 되었는가

서양의 핵심적인 성공 공식 여섯 가지
세계 명문대학을 섭렵하는 젊은 지성 니얼퍼거슨의
하버드대 세계사 강의 <세계 19개국의 사회>


서양과 나머지 세계

<시빌라이제이션>

2022. 12. 4.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얼어버린 자동차 배터리를 살리기 위해 보험사에 급하게 연락했던 날


차례

1장. 경쟁
2장. 과학
3장. 재산권
4장. 의학
5장. 소비
6장. 직업


저자 소개


지은이 니얼 퍼거슨

1964년 영국에서 태어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이자 경영사상가. 1985년 옥스퍼드 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세부 전공은 금융경제사이다. 현재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이자,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교수, 런던정경대학교 교수, 옥스퍼드대학교 선임연구원,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그는 제국주의에 대해 수정주의적인 시각을 견지한 것으로 유명한데, 좌파진영에서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1년 세계사의 흐름 전체를 조망한 최신작 <시빌라이제이션>을 출간했으며, 대표적인 저서로는 <광장과 타워>, <로스차일드>, <콜로서스>, <금융의 지배> 등이 있다.

 

*수정주의: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기존의 시각을 재해석하는 역사학의 한 분야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한 채 몰래 기숙사에서 밤을 지새우던 우리가 영국에 처음 발을 디딘 건 지난 2019년이었다. 방문의 목적은 오로지 단 하나, 축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대전 출신으로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우리는 일주일에 5일 이상 공을 찰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한다고 담임선생님께 혼나기도 여러 번, 타오르는 젊음에 거친 파울에 몸 이곳저곳이 성할 날이 없었지만 우리는 어느새 같이 추억을 쌓고 있었고, 인연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시절이 흘러 서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영국으로 갈 채비를 했다.

 

런던 히스로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곧장 유스턴역으로 향했다. 맨체스터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런던 외곽에 있는 히스로 공항을 벗어나자 지하철 창문엔 런던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갈색 벽돌과 약간 회색빛이 도는 하얀색 시멘트로 벽을 쌓아 올린 집,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삐죽삐죽 솟은 고딕 양식으로 고동색의 멋진 외벽을 갖춘 교회, 대낮인데도 중후한 매력을 떨치던 검은색 가로등 등. 하나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가 동공으로 향했다.

유스턴역은 마치 서울역 중앙 로비처럼 크고 넓은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람 키만 한 높이의 넓은 모니터가 여러 대 있었고, 어디론가 향하고자 하는 승객들은 티켓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었다. 맨체스터행 기차는 30분 뒤 출발이었다. 우리는 UAE를 경유한 이래 계속해서 비어있던 속을 달래기 위해 기차역 내 한편에 있는 버거킹으로 향했다. 실컷 공을 찬 뒤 허기를 달랬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우리는 햄버거를 주문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2개 주세요’에서 ‘투 플리즈’ 밖에 없었다. 외국어를 할 줄 몰라도 배곯을 일이 없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출발을 10분 남기고 맨체스터행 기차 지정석에 앉았다. 그런데 신이 나 한국에서 가져온 고프로로 이곳저곳을 촬영하던 것도 잠시 금세 흥미를 잃었다. 대전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와 별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적당한 공간과 널찍한 차창, 짐칸,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그나마 다른 게 있다면 주황빛이 돌던 시트 색감뿐. 맨체스터로 향하던 창 밖 풍경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가 않지만, 단 한 줄로 표현하자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곳의 기후와 토양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 동식물의 생김새는 다를지라도 공간이 함유하고 있는 그것들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축구팬답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차가 달리는 탓에 언덕 너머로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스토크시티 경기장이었다.

맨체스터에 도착한 건 이른 저녁 즈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인 올드트래포드에서 울버햄튼과의 경기는 두 시간 뒤 시작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곧장 숙소로 향했다. 어플을 사용하니 버스를 타는 일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경기장 근처에 위치한 숙소는 한국에서 출발에 앞서 미리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한적한 주택가에 우리를 내려놓은 버스는 거친 소음을 내며 사라졌다. 버스가 떠나자 경기장에서의 소음이 이곳까지 들리는 듯했다. 문을 열면 바로 버스정류장이 보이는 숙소에 도착해 문을 몇 차례 두드리니 흰색 옷을 입고 터번을 쓴 아랍계 집주인이 우리를 맞이했다. 자신을 샴이라 소개한 그는 간단하게 집 소개를 한 뒤 내게 열쇠를 쥐어주며 문을 잘 잠그고 다니라고 당부하곤 자신의 본래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사라진 주택가 사이로 검은색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밤길을 비추고 있었다.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우리는 곧장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어웰강 건너편에 위치한 올드트래포드로 향했다. 저 멀리 휴대전화에서 보던 경기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하얀색 트러스 구조물 사이 빨간색으로 쓰인 맨체스터 영문이 보이자 줄곧 참아왔던 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심장박동이 서서히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기분 좋은 떨림이 일었다. 장렬히 시야에 박힌 문자가 우리의 오랜 갈망을 풀어주고 있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올드트래포드에는 특유의 검고 기다란 모자를 쓴 채 거친 콧김을 내뿜는 말을 타고 있는 경찰이 여럿 배치되어 있었다. 매 경기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린다는 증거임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점점 주위는 빨간색 옷을 입은 군중들로 가득 차고 있었다. 어서 오늘 기차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경기장 앞에 놓인 스크린 부대를 찾아야 했다. 서울 상암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입구 근처에 있는 여러 개의 스크린 중 하나의 화면을 몇 차례 두드리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해둔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축구 여정이 시작됐다.


그런데 누군가 내게 영국 여행에 대해 어땠냐고 물어보면 나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 실제로 태어나 처음으로 방문했던 낯선 땅이었지만, 영국은 꽤 익숙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도의 이미지 트레이닝이 되었던 탓이었을까? 또는 우리나라의 시스템 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일까?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높은 건물이나 지하철, 기차, 버스는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를 하는데 필요한 행위도 우리나라에서 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흔히 여행의 묘미인 새로운 공간과 경험이 가져다주는 경쾌함은 있었다. 그러나 상상하던 것만큼의 특별함은 없었다는 게 나의 총평이다.

언젠가부터라고 정확히 꼬집기는 어렵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영국을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영국을 모방했던 일본의 문화가 강제적으로 주입됐던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 때문인지 몰라도 영국은 따라가야만 하는, 이를테면 사회, 경제, 정치, 교육, 과학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앞서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보고 배워야 하는 국가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문화는 우리나라 일반인이 범접하기 어려운 귀족문화쯤으로 치부됐고, 영국 음악 특히 브리티쉬 락의 인기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인기로는 결코 비빌 수 없는 영역으로 받아들여졌다. 만약 세계를 하나의 기업으로 본다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는, 다시 말해 가장 실무권한이 많은 미국이 사장 역할을, 영국은 이전까지 회사를 이끌었던 경영자로서 실무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에 중요한 요직으로 한 발 멀찍이 떨어져 관망하고 있는 회장님의 모습이랄까.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위에 있는, 만약 유토피아가 있다면 그것에 가장 가까운, 그런 곳이었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영국에서도 특별함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실제 불과 몇십 년 사이 우리나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며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부모님 세대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이제 이를 대물림받는 자식 세대인 우리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작금의 성장에 만족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이것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약육강식의 세계인 이곳에서 우리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영국은 우리나라가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선진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나갔고,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더 성장하기 위해 그들의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서양이 세계를 지배했던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야 그것들에 대응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지금의 우리나라와 그리 다르지 않은 서유럽의 조그만 섬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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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책 ‘시빌라이제이션’에 서양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여섯 가지 이유를 설명한다. 그 첫 번째는 ‘경쟁’이다. 오랜 기간 통일국가체제를 유지하던 동방, 특히 중국과 달리 유럽은 지독하리만큼 자잘하게 쪼개져있었다. 14세기 유럽에는 대략 1,000곳의 국가 조직이 있었고 200년 후에도 어느 정도 자주권을 가진 국가가 500개나 되었다. 결국 유럽에서는 국가 간 충돌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여러 가지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군사 기술 혁신과 징세, 그리고 신대륙 개척이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군사 기술이 발달했고,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여러 자금 조달 방식이 발전했으며, 계속되는 정치적 분열은 중국처럼 거대한 제국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유럽인들이 외부로 진출해 새로운 땅을 찾게 만들었다. 결국 치열한 경쟁으로 일궈낸 진보가 서양의 제국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과학’이다. 계속되는 문명의 충돌에서 승리를 가져간 것은 서양이었고, 그 이유에는 과학의 우월함이 있었다. 주변 국가와 별반 다르지 않던 과학이 시대를 앞서 나가게 된 것은 인쇄술의 발명과 종교개혁 때문이었다. 얀 후스와 달리 루터가 종교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쇄기 덕분인데, 인쇄기는 95개 조 반박문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르침도 퍼뜨렸다. 그렇게 서양에는 종교, 과학, 수학 등 전분야의 인쇄물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이것은 곧 과학혁명으로 발전했다. 특히 이는 계몽주의 시대로 이어져 과학적 사고의 철학적 근간이 마련되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세 번째는 ‘재산권’이다. 퍼거슨은 재산권 유무에 따른 발전 형태를 설명하기 위해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비교한다. 영국령이었던 북아메리카와 달리 남아메리카는 스페인령이었다. 1600년대부터 이미 도시의 의회를 인정하고 개인의 사유재산을 인정했던 영국과 달리, 스페인은 여전히 왕권 중심의 사회였다. 다시 말해, 북아메리카로 이주했던 영국인들은 사유재산을 얻을 수 있었지만, 남아메리카로 이주했던 스페인인들은 전혀 사유재산을 얻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남아메리카를 지배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곳의 재산은 모두 왕에게 귀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는 본국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땅에서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게 되면서 많은 부를 창출했던 영국과 달리 스페인은 남아메리카에서 오직 금과 은을 자국으로 가져왔고, 역설적이게도 자원이 풍부할수록 경제성장이 둔해지는 저주에 걸렸다. 이것의 결과는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 남북의 대비되는 국력이 보여주고 있다.

네 번째는 ‘의학’이다. 서양세력이 식민지를 넓혀가면서 발생했던 가장 큰 문제는 풍토병이었다. 특히 아프리카 독특한 풍토병이 있었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면서 풍토병을 이겨내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식민지 개척 초반 많은 수의 의사가 황열병으로 죽기도 했다. 그러나 1880년대부터 1920년대 사이 의학은 혁신적으로 발전했고, 유럽인들과 그들의 식민지인들이 열대지방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공중보건이 개선되면서 인류의 수명이 전체적으로 급상승하게 되었다. 제국시대 아프리카는 서양 의학을 위한 일종의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결국 연구가 성공적일수록, 더 많은 치료약이 발견될수록 서양 제국은 더 널리 팽창할 수 있었다.

 

다섯 번째는 ‘소비’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했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역동적인 소비사회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소비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즉, 개인에게 끝없는 선택권을 제공해주며 인간의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원동력으로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자유이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와 연관된다. 기계화는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노동자가 동시에 소비자가 되었다. 세계는 곧 서양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서양의 음식을 먹고 서양에서 입는 옷을 입고, 서양식 건물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소비사회로 촉발된 세계화가 서양의 문화를 전 세계로 넓혔고 이것은 곧 서양의 이념마저 전파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여섯 번째는 ‘직업윤리’이다. 서양 문명의 발전에 박차를 가한 건 다름이 아닌 기독교, 16세기 서유럽에서 탄생해 노동과 절약 윤리를 설파한 개신교였다. 서양의 경제적 활기는 종교개혁의 뜻하지 않은 결과였다. 다른 종교들이 신성성을 세속과 인연을 끊는 것과 연관시킨 반면, 개신교는 산업과 근검절약을 새로운 신앙 표현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 자본가는 본래 종교적인 것이었다. 부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합리화하면서 이것이 신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라는 가르침은 자본가들에게 근면 성실한 노동자를 제공했다. 여태껏 인간은 살기 위해 일을 했다. 그러나 개신교가 설파되며 인간은 일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독실한 신앙심은 신을 섬이고 일을 하는 것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결국 개신교는 자본주의화되는 서양 세계에 윤리적 틀을 제공했고, 이것과 산업혁명, 소비사회가 어우러져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여전히 서양 문명은 인간 사회에 현존하는 최고의 경제 정치 사회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서양이 나머지 지역보다 우월하게 만들어주었던 것들을 더는 독식할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이 일궈놓은 선진 문명은 전 세계를 상향 평준화시켰다. 서양의 기술을 동양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동양에서 만들어진 것을 서양에서도 사용하는 시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양은 다른 국가들보다 이러한 제도적 장점을 더욱 풍족히 누리고 있다. 중국에는 정치적 경쟁이 없고, 이란에는 자유가 없다. 또한 러시아를 비롯한 이 세 국가에는 자유 언론도 없다. 어쩌면 이러한 차이가 이 세 국가를 서양 국가들보다 뒤처져있는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서양 문명은 이제 떠오르는 세력의 도전에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번에야말로 동양의 도전자는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중국이 아직 미국에 승산이 있다거나 하는 주장은 일러 보이지만, 끌려가는 입장에서 벗어난 건 확실하다. 세계 질서의 변화의 시점에는 항상 기존 세력과 신흥세력이 갈등을 겪었고 승자에게 패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아직 중국은 정치적인 안정을 완전히 이룩하지 못했고 사회문제, 특히 인구, 민족 등 반드시 풀어야 할 대내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시 말해 아직 도전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특히 서양의 문명과 제도를 받아들여 성장한 우리나라는 서양의 동맹국이다. 그러나 지리적으로는 동양의 신흥세력과 이어져 있다. 다시 말해, 승자에 따라 현 상황이 유지될 수도, 그렇지 않다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릴 수도 있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결코 성장을 멈추면 안 되며, 그들의 것을 배우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을 지켜내야 한다.

 

서양 제도의 각종 부작용이 난잡하고 있는 시대다.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은 효과가 끝났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간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명한 판단으로 수습할 수 있는 부작용을 잘 수습하고, 보완해 나간다면 우리에게도 언젠가 세계를 이끌어 나갈 힘이 주어질지도 모른다.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책 ‘시빌라이제이션’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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