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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한 이유, 마틴 울프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by 세자책봉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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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 중국의 부상, 정보 기술에 의한 일의 변화라는 매우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 대한 향수로 대응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심오하게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인간은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실패할 것이고 우리의 자유는 증발해 버릴 것이다.
- 본문 중에서

트럼프, 시진핑, 푸틴, 인도의 모디,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독재자들의 득세에서 인류는 어떻게 번영을 유지할 것인가?
2024년 76개국 선거로 자본주의가 처한 심각한 위협을 지적한 마틴 울프의 역작!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차례

  • Chapter 01: 다음번이 아니라 지금 불이 났다
  • Part1: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하여
  • Chapter 02: 공생하는 쌍둥이: 인류 역사에서 정치와 경제의 관계
  • Chapter 03: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진화
  • Part2: 무엇이 잘못됐는가
  • Chapter 04: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 Chapter 05: 지대 추구 자본주의의 부상
  • Chapter 06: 포퓰리즘의 위험
  • Part3: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쇄신
  • Chapter 07: 자본주의의 쇄신
  • Chapter 08: '뉴' 뉴딜을 향해서
  • Chapter 09: 민주주의의 쇄신
  • Part4: 역사의 갈림길
  • Chapter 10: 세계의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 결론: 시민성의 복원

저자 소개

작가 마틴 울프(Martin Wolf)

마틴 울프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 평론가다. 2011년에는 영국의 비커스 은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런던정경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옥스퍼드 너필드칼리지의 명예 펠로우이자 세계경제포럼의 국제 미디어 위원회 위원이다. 그는 2000년에는 금융 저널리즘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장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전 세계의 경영 및 금융 전문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제럴드 로브 어워드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융공황의 시대」, 「변화와 충격」, 「세계화는 왜 작동하는가」 등이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도날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며 또 한 번 공화당에 승리를 안겼다. 그리고 그를 어떤 형태에서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공헌을 한 인물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단연코 테슬라와 스페이스 X의 CEO 일론 머스크다. 우리는 이 둘의 조합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경제 평론가 마틴 울프가 경계하는 대로 기업과 정치가 결합한, 그러니까 부와 권력이 손을 잡은 것에 우리는 이를 나쁘게만 받아들여야 할까? 앞으로의 미래는 민주주의의 강화 그리고 보호가 아니라 자본이 곧 권력이 되는 금권정치나 가장 권력이 센 인물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독재정치 내지는 언론과 미디어를 이용해 여론 조작을 일삼으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선동적 포퓰리즘 정치가 따라올 수순인 걸까?

 

기업이 정치와 결탁해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건국 초기부터 후보자들은 개인 자산을 사용하거나 자산이 든든한 후원자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이것이 잘 된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드넓은 미국 땅 전역에서 선거 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하게도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치적 후원을 받는 일이 특별한 일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일에 가깝고, 다만 엄격하게 숫자로 판단하기 힘든 후원 혹은 결탁의 정도의 차이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과 정치의 결탁은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왔고 일론머스크가 공화당을 지원한 것처럼, 민주당에는 또 다른 기업들이 민주당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IT기업들 대부분이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IT 기업 특유의 문화들, 이를테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멀리 하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거나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소위 PC주의마저도 용인하는 문화는 보수적인 공화당이 아니라, 대체로 진보적인 민주당에서 받아들여지는 문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만약 민주당이 집권에 성공했더라면, 우리는 또 한 번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등 IT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론머스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공화당을 지지했을까? 이는 오늘날 미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의 후퇴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지난 1990년 동서로 갈라져있던 독일이 통일하고, 다음 해에는 소련이 무너지며 냉전이 종식됐다. 그 후로 약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선봉에 있는 자유민주국가의 대장이었고, 세계화를 유지함으로써 글로벌 무역을 활성화시키고 세계 시민들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냉전 종식 이전의 상황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미국은 약 세 번의 금융위기를 거쳤다. 21세기 초반 인터넷 산업의 과도한 열기를 받아낸 닷컴 버블, 세상이 미국이라는 시스템에 가장 크게 등을 돌리게 된 2007~2008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금융위기, 그리고 가장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사실, 어디에도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금융위기는 일종의 국정 운영에서의 실수라고도 볼 수 있다. 아기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때 무릎을 바닥에 쿵 찍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라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최선으로 고안된 장치에서 벌어진 이 실수는 결코 국지적이거나 개인의 피해로 끝날만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는 온 국민, 더 나아가 전 세계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 번째는, 개인의 손실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약 6개월 동안 미국 가계 재산 규모는 약 11조 달러가 줄었다. 개인들은 하루아침에 깡통을 차는 신세로 전락했다. 투자 손실에 따른 피해는 오로지 개인에게 있다는 투자사의 규정은 참으로 엄격한 것이었다. 두 번째는, 미국 당국에서 빠른 조처라고 내놓은 구제안이 개인이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구제안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은행을 통해 저축과 대출 등 서비스를 이용했던 개인들은 빚더미에 앉은 은행이 자신들이 평소에 냈던 세금으로 회생되는 것을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자신들을 구제받지 못한 채 말이다. 어쩌면 반(反) 인륜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맛본 개인들은 이에 종합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것이 세 번째 문제다.


세 번째로,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라는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정책적 결정이나, 금융제도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그 아래 하수인들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노력이나 의지가 전혀 없었다. 피해를 입은 개인들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고 불법적인 일을 한 기업과 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해 앞장선 것이 바로 국가였다. 법치주의 태도 위에 세워진 것이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지만, 그 기반을 국가가 나서서 직접 무너뜨리는 모습을 개인들은 분명하게 목격했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은 엘리트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민주적인 국가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사회 제도 중 하나가 교육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교육 성취도 수준에 따라 엘리트가 구분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들의 존재 자체에는 의문을 둘 필요 없다. 하지만 과연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평균적으로 일반인보다 두뇌가 명석한 엘리트들이 늘 옳은 판단을 할까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가의 수장은 물론이고, 각종 기업과 기관의 대표들 역시 대부분 엘리트 출신이고,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개인들을 배신했다. 그들은 마치 그들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듯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그것을 마음대로 무마했을뿐더러, 기업 회생을 위해 사적자금이 아니라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엘리트들은 결국 최악의 판단을 했고, 그 판단에 개인들의 의견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더 이상 개인들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게 됐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정부의 대응, 기업과 개인의 파산은 결국 상하위 계층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그리고 이 불평등이야말로 오늘날 민주주의에 위기가 닥친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분명 과거와 비교해 사람들이 사는 환경 자체는 분명히 좋아졌다. 깨끗한 상하수도 시스템이나 사소한 병에 의해 죽지 않게 된 것,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어진 것들이 그렇다. 하지만 과거에 안고 있던 생존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었든, 그것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경제가 안정되지 못하다면 이는 세대를 불문하고 문제가 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생존의 문제로 회귀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없고, 불평등이 심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세상에서 삶의 위협을 느낀 개인들은 쉽게 감정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 개인들은 결정적으로 지난날 세계화와 중국과의 대립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에게 호소하며 과거 미국의 영광을 돌려놓겠다는 정치인의 포퓰리즘적 발언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영향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더 자신들에게 관심이 있느냐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미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을 지지하게 된 건 정치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국인들 특히, 중국과의 경쟁 내지는 세계화로 인한 오프쇼어링 때문에 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백인 노동계급 출신에게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주겠다는 도날드 트럼프의 슬로건은 그들에게 잠재된 열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편, 미국 남부 태생의 백인 유권자들은 오래전부터 다양성과 다원화를 존중하면서도 미국의 주인은 백인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잃기 싫어했는데, 이것은 트럼프가 추구하는 인종주의와 매우 유사한 것이었다. 여기에 민주당이 가진 명확한 한계점이 더해졌다.

 

민주당은 복지국가를 표방하고 세금 인상 등을 통해 마련한 제원으로 온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든다는 기본적인 정치적 목표와는 별개로 그들과 관련 있는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민주당에 속한 대부분이 국민에 대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기엔 지나치게 부유하거나 자기들 스스로가 만든 정책적 결정으로 이득을 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민주당의 가짜 연극을 사람들은 알아채기 시작했다. 똑똑해진 유권자들은 더 이상 모순된 민주당의 말과 행동에 속아 넘어가지 않게 되었다. 물론, 공화당도 한계는 분명하다.

 

공화당은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일론머스크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일종의 '차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과 달리 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오히려 좋기 때문이다. 수출입, 관세, 규제 등에서 혜택을 받아 이전보다 운영하는 데 수월해진 기업들은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더욱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일자리를 잃은 노동 계층은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나름대로의 선순환인 셈이다. 소수의 특권계층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업들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분명 어떤 기업의 CEO는 너 팔튀(너에게 팔고 튄다)를 시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차악'이라는 표현을 썼다.

 

경제적 측면에서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을 지지한 첫 번째 이유는 가격 관점, 두 번째 이유는 규제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일론머스크에게는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가격정책적으로 더 매력 있는 선택지다. 내수 경제를 먼저 생각했을 때 기업의 활성화와 온쇼어, 그로 인한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기업은 가격 결정에서 나름의 명분과 우위를 가지고 갈 수 있게 된다. 경제도 살리고, 기업이 돈도 벌고. 일종의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보다는 전통 화석에너지 정책을 선호하는 공화당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폐지를 선언한 것은 일론머스크게에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기업별, 차종별로 차등적인 보조금을 지급할 때와 달리 모두가 동등한 출발선상에서 경쟁할 때 전기차 기업에서 가장 유리한 기업은 두말할 것 없이 테슬라다. 아무리 두 눈을 씻고 다시 생각해 봐도 테슬라다. 그만큼 매력 있는 차량을 가진 기업임에 틀림없을뿐더러, 이미 테슬라는 타 자동차기업에 비해 보조금 혜택을 못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이제야 정상화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해외 진출을 고려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의 보호무역주의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단적으로 볼 때 미국과의 싸움보다는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관세의 장벽을 낮춘 미국 기업은 수출에 유리해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관세가 높아진 외국계 기업의 미국으로의 수출은 매우 불리해질 것이다. 아마 이와 비슷한 규제의 완화가 이런 작동원리에 의해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펼쳐질 것이다. 이것들은 분명 기업가에게 큰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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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번영, 경제적 부흥과 생활 수준의 향상을 이끌어 냈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 불평등이 만연해지고, 경제적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러시아의 푸틴과 북한의 김정은을 비롯한 독재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출현하고,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유행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있는 우리 시대는 과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까?

 

국가의 정부. 그리고 정부를 선출하는 투표. 시민의 보편적인 참정권. 이것들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1811년 사르데냐 왕국의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그렇다. 미국에 살고 있는, 투표권을 가진 미국인들이 다시금 도날드 트럼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꿩 대신 닭이라고, 이런 결과는 한 줄로 '지난 4년간 바이든의 민주당이 하는 짓보다는 그래도 트럼프 공화당이 낫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의심한 여지가 없는 결과다. 미국인들이 뽑은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미국인들이 자국 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현상에 대해 어떤 우려를 표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는지가 겉으로 드러난 것과 같다. 미국인들은 현재 자국민들을 대표할만한 인물로 보수적이고, 미국인들을 위해 헌신하고(진짜든 가짜든), 다양화된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능력이 있는 독재적이고 선동적인 트럼프를 뽑은 것이다. 국민들은 그가 독재적이고 선동적인 것은 크게 관계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으며, 해결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이보다 더 지독한 실용주의가 또 있을까? 과연 미국 답다고 볼 수 있겠다.

 

현시점 세계 최고의 경제 평론가 마틴 울프의 책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는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 이야기의 중심은 역시나 자유민주주의의 선봉장인 미국이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쇠퇴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단연코 경제다. 한마디로, 먹고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파생된 부차적인 일들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해 오늘날 주요 현안들 특히, 민주주의와 결탁한 자본주의가 망가지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이 시대를 위한 정책적 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상당히 두껍고, 또 상당히 어려운 책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그 단어만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해와 지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는 경제에 발 담그고 있는 개인이라면 이런 내용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와 경제만큼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일부가 바뀌는 것에도 삶과 업의 상당 부분을 바꿔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아주 당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무너져 내린단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는 뜻이다. 당장 내일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고, 당장 내일부터 우리가 가진 자산의 가치가 제로로 수렴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제는 아무렇지 않게 마시던 커피 한 잔을 내일부터는 마실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상상해 보라. 단순히 방관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너무 축복받은 세대다. 이토록 자유롭고, 이토록 편안한 체제를 아무런 어려움이나 부담감 없이, 아무렇지 않게 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인생에 평생 영원할 것이라고 믿으면 큰 오산이다. 우리 인간이 성장기를 거쳐 노년기에 접어들듯, 우리 사회의 체제 역시 변해갈 운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변화의 흐름에 올라 탈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백 프로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먹고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듯, 이 역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정치와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곧 먹고사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눈앞에 처한 우리 세상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책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를 적극 추천한다. 정말 누구라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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